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재판(대법원 판단) 결과에 따라 미국이 완전히 망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며 현지 온라인이 다시 들끓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발언은 트럼프 개인의 형사 재판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권한 관세’가 적법한지를 두고 연방대법원이 내릴 결정을 겨냥한 것입니다.
트럼프는 1월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대법원이 관세를 불법으로 보면 미국은 “WE’RE SCREWED(우린 끝장)”이라는 문구를 올렸고, 환급 규모가 “수백억~수천억 달러”를 넘어 투자·설비 이전 비용까지 합치면 ‘수조 달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라가 감당하기 거의 불가능한 ‘완전한 난장판’이 될 것”이라는 표현도 반복됐습니다.
이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관세의 운명’을 가를 대법원 판단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1월 14일(현지시간) 의견 선고(판결) 가능일을 예고했지만, 어떤 사건을 선고할지는 원칙적으로 사전 공지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사건은 트럼프가 1977년 제정된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국제비상경제권한법)를 근거로, 사실상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이 법에 ‘관세 권한’이 포함되는지입니다.
현지 법·정치권이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단순한 통상정책 논쟁을 넘어, 대통령 긴급권한의 외연(입법부 고유 권한인 과세·관세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가)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구두변론에서 보수·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여러 대법관들이 트럼프 측 논리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뜨거운 쟁점은 환급(리펀드)입니다.
미 세관국경보호청(CBP) 통계에 따르면, IEEPA 기반 관세 가운데 환급 리스크가 걸린 금액이 2025년 12월 14일 기준 1335억 달러를 넘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로이터는 추정치로 1500억 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언론이 숫자를 축소한다”며 환급·투자비용 등을 합치면 수 조 달러를 넘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트럼프의 ‘망한다’ 프레임에 대해, 재무부는 정반대 톤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현금 보유(약 7740억 달러)를 언급하며 “환급이 필요해도 문제없다”고 했고, 다만 그 돈이 “기업들만 이득 보는 ‘boondoggle’(헛돈·눈먼돈)”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지 통상업계가 더 민감해하는 건 ‘돈이 있느냐’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돌려받느냐’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수입업자들은 “정부가 돈을 쉽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환급권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트코 등이 CBP를 상대로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이 나도 환급이 자동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또 CBP가 환급을 전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술적 조치(2026년 2월부터 시행)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업계는 이를 “환급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정비 신호”로 해석합니다.
대법원 내부에서도 ‘환급’은 부담입니다. 만약 위법 판단이 나더라도 소급 환급을 어디까지 할지(소급 vs 장래효) 같은 ‘구제수단’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강경한 어조는 우발적이라기보다, 전형적인 판결 프레임 선점에 가깝습니다.
첫째,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적 해석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입니다. “관세는 국가안보·협상력”이라는 논리를 반복해 왔고,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미국 이익을 해친 결정”으로 몰아갈 명분을 미리 깔아둡니다.
둘째, 관세를 현금성 정책으로 연결하는 포퓰리즘적 설계도 함께 움직입니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저·중소득층에 2000달러 ‘배당’을 주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대법원에서 막히면 “배당도 못 준다”는 정치적 공격 포인트가 생깁니다.
셋째, 실제 승패 전망이 불리하다는 신호도 작동합니다. 로이터는 온라인 베팅시장(칼시·폴리마켓)에서 트럼프 승소 확률이 변론 이후 낮아졌다는 흐름을 전했습니다. 이런 국면일수록 트럼프는 ‘패배 비용’을 최대치로 부풀려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갈래입니다.
첫째, 대법원이 관세 권한을 인정할지(IEEPA 해석).
둘째, 불법 판단 시 환급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소급 vs 장래효).
셋째, 관세가 막히면 행정부가 다른 법적 권한으로 ‘우회 관세’를 재설계할지입니다. 베센트 재무장관도 부정적 판결이 나올 경우 다른 권한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이 망한다”는 말은 과장된 수사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관세 논쟁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 의회 과세권, 환급 전쟁이 한꺼번에 얽힌 ‘초대형 판’입니다. 그래서 미국 인터넷도, 업계도, 법조계도 지금 이 한 건을 놓고 숨을 죽이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