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캐릭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SN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25-26시즌 남은 기간을 이끌 새 사령탑으로 마이클 캐릭을 택했다. 한때 올레 군나르 솔샤르 복귀설이 강하게 돌았고, 실제로 현지 보도에선 구단과의 대면 논의 일정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결론은 캐릭이었다.
일부에서 “솔샤르가 감기 때문에(아파서) 변수가 생겼다”는 식의 뒷이야기가 퍼졌지만, 영국 주요 매체 보도에서 그 ‘건강 변수’는 확인되지 않는다. 팩트로 남는 건 다른 지점이다. 맨유의 선택을 갈라놓은 것은 ‘우연한 감기’가 아니라 ‘회의실 문이 먼저 열린 시간’이었다.
이번 인선의 드라마는 전술 보드가 아니라 일정표에서 시작됐다. 솔샤르는 후보군으로 거론됐고, 주말 대면 협의가 예정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반면 캐릭은 더 빠른 타이밍에 구단과 접촉했고, 내부에선 “당장 흔들림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감독 선임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맨유는 더비 같은 빅매치를 ‘임시 체제’로 맞을 수밖에 없다. 그 리스크를 줄이려면, 구단이 당장 ‘작동하는 플랜’을 가져온 인물을 택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결국 이번 선택은 “누가 더 낭만적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정리할 수 있는가”로 귀결됐다.
캐릭은 ‘레전드 카드’만으로 돌아온 인물이 아니다. 첫 정식 감독 커리어였던 미들즈브러에서 그는 부임 직후 팀 분위기를 뒤집으며 반등을 만들어냈고, 챔피언십(2부)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후 시즌에선 성적 기복과 함께 팀을 떠나는 과정도 겪었지만, 적어도 “팀을 정리하고, 경기 운영을 안정시키는 능력”은 현장에서 인정받았다.
맨유 팬들이 또렷이 기억하는 장면도 있다. 2021년 솔샤르 경질 직후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을 때, 캐릭은 유럽 원정 승리와 라이벌전 승리를 포함해 짧은 기간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 ‘짧은 증명’을 ‘긴 시험’으로 바꿔야 하는 자리다. 한두 경기 반짝이 아니라, 남은 시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마이클 캐릭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캐릭 축구의 첫 키워드는 속도가 아니라 질서다. 중원 간격을 줄이고, 공을 잃는 위치를 관리하고, 수비 전환의 기준을 세우는 방식이다.
맨유가 지금 필요한 것도 그 지점이다. 화끈한 공격 전개가 아니라, 경기의 바닥을 끌어올리는 구조. 상대가 한 번만 찌르면 흔들리는 팀이 아니라, “오늘은 최소한 이만큼은 한다”는 하한선을 만드는 팀이다.
코치진 구성에서도 힌트가 읽힌다. ‘훈련 설계와 경기 운영’을 도울 수 있는 경험 많은 참모들이 붙을 가능성이 크고, 캐릭이 혼자 모든 걸 해결하기보다 스태프와 역할을 나눠 즉시 안정화를 노리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다.
한국 팬들에게 캐릭은 박지성과 같은 라커룸을 썼던 ‘그 시절 맨유’의 얼굴이다. 둘은 같은 팀에서 같은 시기에 뛰었고, 큰 경기에서 서로 다른 역할로 톱니처럼 맞물렸다. 두 사람 모두 ‘중원이 팀을 만든다’는 축구 언어를 몸으로 겪은 세대다.
캐릭이 맨유를 다시 ‘중원 중심의 팀’으로 정리해 나간다면, 박지성이 선수 시절 보여줬던 헌신과 전술 이해도는 맨유 팬들에게 자연스러운 비교 기준이 된다. 한국 팬덤이 캐릭 체제를 유심히 지켜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캐릭에게 요구되는 성적표는 단순히 몇 위로 마치느냐가 아니다. 남은 시즌은 흔히 “수습”이라고 불리지만, 진짜 과제는 ‘다음 시즌 설계가 가능할 만큼 팀을 정상 작동시키는 것’이다.
선수단의 역할을 다시 정리하고, 흔들리는 라인을 재배치하고, 경기마다 달라지는 기준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 이걸 해내면, 맨유는 다음 감독 선임이든, 캐릭 체제 연장이든 선택지가 생긴다. 반대로 이걸 못 하면, 어떤 이름값의 감독이 와도 다시 같은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맨유는 혼란을 줄이고 즉시 팀을 ‘작동’시키기 위해 캐릭을 선택했다.
남은 시즌, 캐릭의 진짜 승부는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매 경기 반복되는 기준이다. 그 기준이 세워지는 순간, 맨유는 비로소 “다음이 보이는 팀”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