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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더 무섭다” D램보다 가파른 상승률,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 에릭 한 경제 전문기자
  • 등록 2026-01-20 10: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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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PPI ‘사과 +19.8%’…한 달 급등의 출발점
  • 저장량보다 ‘대과·고품위’…수요가 찾는 물량이 줄었다
  • 기후 변수와 유통 비용…가격을 더 가파르게 만든 증폭 장치


D램보다 ‘사과’가 더 뛰었다…한은 PPI가 보여준 ‘충격의 정체’

“반도체 호황으로 D램이 오른다”는 말이 익숙해진 요즘, 한 달 새 더 가파르게 치솟은 품목은 ‘사과’였다. 한국은행이 2026년 1월 20일 발표한 2025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잠정)에서 사과 가격은 전월 대비 19.8% 급등했다. 같은 표에서 D램(DRAM)은 15.1% 올랐다. ‘사과가 D램보다 더 급등’이라는 문장이 통계표에서 성립한 순간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도매 단계(생산·출하 단계)의 가격 움직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 수치는 시간이 지나 소비자 물가에도 압력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전체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고, 농림수산품이 3.4% 뛰며 상승을 견인했다.


한은이 찍어낸 숫자: “사과 +19.8%”…‘농산물발’ 물가를 밀어 올렸다

한국은행 자료를 뜯어보면, 12월 생산자물가 상승의 무게중심은 농산물 쪽으로 쏠려 있다. 농산물은 전월 대비 5.8% 올랐고, 특수분류에서 신선식품은 전월 대비 7.5% 급등했다.

그중에서도 사과는 ‘주요 등락 품목’ 표에서 가장 눈에 띈다.

  • 사과: 전월 대비 +19.8%, 전년동월 대비 +33.3%

  • 감귤: 전월 대비 +12.9%

  • (비교 소재) D램: 전월 대비 +15.1%

※ 다만 전년동월 대비로 보면 D램이 +91.2%로 훨씬 크다. 여기서 말하는 ‘사과가 더 급등’은 “12월 한 달(전월 대비) 상승률”의 이야기다.



왜 하필 12월에 사과가 이렇게 뛰었나: “물량”보다 “큰 사과”가 문제였다

사과값 급등을 ‘생산량 부족’ 한 줄로 설명하면 실제 현상을 놓친다. 핵심은 “수요가 찾는 규격(대과)·고품위 물량의 타이트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12월 말 발표 자료에서 사과는 저장량이 전년 수준이더라도, 봄철 저온 피해 등으로 ‘대과 비중’이 줄어 고품위과 중심으로 가격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1상자라도 ‘선물용으로 바로 쓰이는 사이즈·품위’가 줄면, 시장 가격은 통계상의 총량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후가 만든 ‘품질 쇼크’: 폭염·냉해가 남긴 흔적

2025년 재배 여건도 가격을 건드렸다.  여름 폭염으로 일소(햇볕 데임) 등 품질 문제가 늘고, 봄철 냉해 흔적이 남은 사례도 확인된다. 품질 편차가 커질수록 유통 단계에서 ‘좋은 과일’ 쏠림이 심해지고, 그 구간의 가격이 튄다.


저장·출하 타이밍이 만든 ‘12월 급등’: 설(구정) 앞두고 물량이 더 조인다

12월은 사과가 ‘저장→선별→출하’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출하 타이밍이 가격을 좌우하는 달이다. 최근 유통 현장을 추적한 기사에서는, 농가가 연말·설 수요를 바라보며 출하를 늦추거나(혹은 급전이 필요할 때만 내놓거나), 포장재·인건비·물류비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짚는다.
저장 과일은 “창고에 있는 순간”에도 비용이 붙는다. 공급이 조금만 조여도 가격이 과민 반응하기 쉬운 구조다.



“유통이 가격을 증폭시킨다”는 지점: 경매 구조와 비용의 누적

사과는 도매시장 경매 비중이 크다. 유통 추적 보도에서는 도매시장 수수료가 거래금액에 연동되는 구조에서, 낙찰가가 오를수록 유통 주체의 수익도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선별·포장·운송·매장 손실(폐기) 비용까지 붙으면, 생산자 단계의 급등이 소비자가 보는 가격표로 가는 길은 더 가팔라진다.


정부는 “2026년산 수확 전까지 물량 관리” 카드…효과는 ‘품위 물량’에 달렸다

농식품부는 2026년산 사과가 나올 때까지 출하시기·출하처를 지정해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분산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단순 물량이 아니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과·고품위 물량이 얼마나 풀리느냐다.


한 줄 결론: “사과가 D램보다 더 올랐다”는 말이 가능한 달이 왔다

한은 PPI에서 확인된 12월 한 달의 급등은, 사과가 더 이상 ‘계절 과일’이 아니라 기후·저장·유통 구조가 합쳐진 가격 변수가 됐음을 보여준다. 12월에 사과가 전월 대비 19.8% 뛴 이유는 “생산량”만이 아니라 (1) 고품위 대과 부족 (2) 저장·출하 타이밍 (3) 기후로 인한 품질 편차 (4) 유통 비용·경매 구조의 증폭이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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