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제공미국 상장사 쿠팡(Coupang)을 둘러싼 한국 내 조사·소송 국면이 최근 미국 투자사와 일부 정치권의 문제 제기로 ‘통상 이슈’로 번지는 조짐을 보이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워싱턴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쟁점의 핵심을 직접 설명하며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면담은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겨냥했다”는 주장을 둘러싼 오해를 현장에서 정리하고, 로비성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외곽전(戰)을 ‘정상 간 소통’으로 흡수해버린 장면으로 해석된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쿠팡이 한국 고객 약 3,30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시한 이후다. 국내 여론 악화와 함께 광범위한 조사와 각종 소송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와 통상 조치를 요구하고, KORUS(한미 자유무역협정) 틀에서 중재(투자자-국가 분쟁 절차)까지 제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여기서부터 사안은 단순 기업 이슈를 넘어 ‘한미 간 오해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형태를 띠게 됐다. ‘국내 수사·규제’가 ‘통상·투자 분쟁’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기업을 둘러싼 외교적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김 총리의 대응은 정면 돌파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김 총리는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쿠팡에 대한 차별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쿠팡에 대한 법 집행이 ‘미국 기업이라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쿠팡 측은 “법적 분쟁은 투자사들이 주도하는 사안”이라는 취지로 거리를 두고 있으며, 정부 조사에는 협조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핵심은 프레임 전환이다. ‘반미·친중 정부의 표적’ 같은 정치 프레임으로 굳기 전에, “대규모 유출과 대응 지연 등 사안의 실체”로 토론의 장을 옮겨놓는 것은, 그 자체가 외교적 리스크 관리다.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쿠팡 이슈가 거론됐고, 밴스 부통령이 “오해와 확전이 없도록 양국이 잘 관리하길 바란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해졌다. 총리실이 공식 확인을 즉각 내놓지 않은 대목도 있지만, 로이터는 김 총리가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장면의 의미는 분명하다. ‘기업-투자자-정치권’ 라인을 타고 증폭되는 압박은 보통 메시지가 왜곡된 채 전달되기 쉽다. 총리가 직접 부통령을 만나 설명하고, 쟁점의 범위를 ‘사실관계·절차·원칙’으로 재정의하면, 로비전의 효율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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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은 앞으로 두 갈래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국내의 조사·책임 규명과 소비자·투자자 소송의 트랙, 다른 하나는 KORUS를 둘러싼 투자분쟁 및 통상 쟁점화 트랙이다. 정부로서는 첫 번째 트랙에서는 원칙대로 가되, 두 번째 트랙으로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외교적 방화선’을 촘촘히 쳐야 한다.
이번 면담은 그 방화선의 첫 줄을 총리가 직접 그어버린 셈이다. 성패는 결국 “국내 법 집행의 정당성”과 “한미 간 신뢰 유지”를 동시에 증명해내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