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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비의 역풍… 미 정치권 ‘비호’ 메시지가 불붙인 국가감정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6-01-29 11: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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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당하게 표적 삼으면…” 미 의회 계정 발언이 불붙인 논쟁
  • 로비·투자자 압박·관세 프레임… 쿠팡 이슈가 통상으로 번졌다
  • 한국에선 ‘수사는 수사’… 워싱턴 메시지가 건드린 감정선


“쿠팡을 건드리면 관세가 온다”… 워싱턴의 ‘비호’ 발언, 한국 여론을 자극했다

미국 정치권이 한국의 쿠팡 조사·규제를 두고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내놓자, 한국 내 여론이 거칠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공유하며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This is what happens when you unfairly target American companies like Coupang)”는 문구를 게시했다.

문제는 메시지의 방향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개인정보 유출·수사·국회 청문회 논란이 ‘미국 기업 차별’ 프레임으로 재포장돼 워싱턴에서 소비되는 순간, 국내에서는 “미국이 쿠팡을 방패 삼아 내정에 개입한다”는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당 표적”이라는 한 줄… 관세·통상 압박과 결합했다

해당 게시물은 단순 논평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산 25% 관세’ 언급 국면과 맞물리며, 쿠팡 이슈가 통상 압박의 재료로 편입되는 모양새가 됐다. 로이터는 관세 압박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안, 그리고 미국 상장사인 쿠팡을 둘러싼 사안이 함께 거론됐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관세 위협이 쿠팡과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화에 나섰지만, 워싱턴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쿠팡을 ‘미국 기업’으로 호명하며 여론전을 펼치면서 의심은 더 커졌다.


로비가 만든 ‘방어막’ 논란… 숫자와 정황이 쌓였다

한국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로비’라는 단어가 이미 쿠팡 이슈의 주변을 맴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미 상원 공개 자료를 인용해 쿠팡이 상장 이후 수년간 로비 비용을 집행해 왔고, 2024년에는 특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흐름을 정리했다.

공식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쿠팡의 로비 공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미 상원 로비공시 LDA 검색 결과)

이런 상황에서 미 의회 공식 계정이 쿠팡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부당 표적” 프레임으로 압박하자, 국내에서는 “돈을 쓴 기업이 워싱턴에서 보호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는 인식이 빠르게 번졌다.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계에서 분쟁 절차를 밟는 움직임이 공개되면서 ‘외교·통상 이슈화’는 현실이 됐다.

로이터는 한국 총리가 “쿠팡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미 의원들에게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내 시선은 곱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사 대응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누적된 반감 위에, 해외 투자자·미 정치권의 ‘방어 논리’가 겹치며 감정선을 건드린 셈이다.


“수사는 수사다”… 국내에서는 ‘내정간섭’ 프레임이 커진다

한국에서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과 제도적 후속 조치, 다른 하나는 정치권·수사기관 차원의 조사 및 압수수색 등 사법 절차다. 로이터는 한국 경찰이 쿠팡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전하며, 별도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국면에서 워싱턴이 “표적 수사” “차별” 같은 표현으로 개입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면, 국내 여론은 쉽게 반발로 기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민단체는 미국 정·재계가 쿠팡 문제를 ‘내정 간섭’처럼 다룬다고 비판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탈팡’ 정서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쿠팡 리스크는 ‘기업 이미지’에서 ‘국가 감정’으로 번졌다

이번 논쟁의 본질은 쿠팡 한 기업을 넘어선다. 첫째, 데이터 유출과 소비자 신뢰 문제. 둘째, 대기업 규제·감독의 정당성. 셋째, 이를 둘러싼 통상·외교 프레임의 충돌이다. 미 정치권의 한 줄 게시물이 한국 여론을 자극한 이유는, 그 문장이 ‘주권’과 ‘공정’의 문제로 읽혔기 때문이다.

쿠팡이 미국 상장사라는 사실이 ‘국제 분쟁’의 문을 열었고, 로비와 통상 압박의 언어가 여기에 덧씌워지면서 갈등은 확장되고 있다. 당장의 관건은 간단하다. 한국의 수사·규제가 ‘내국 기업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신뢰를 어떻게 증명하느냐, 그리고 워싱턴이 이를 ‘차별’ 프레임으로 밀어붙일 유인이 커지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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