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타임스검색창에 단어를 넣고, 링크를 누르고, 원하는 답을 찾아 들어가던 시간은 꽤 오랫동안 우리의 기본 동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손승완 저자의『제로클릭』은 그 기본 동작이 이미 바뀌었음을 전제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검색”하지만, 점점 “클릭”하지 않습니다. 첫 화면에서 AI가 요약해준 답으로 충분해지거나, 애초에 검색엔진이 아니라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게 바로 묻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제로클릭’은 트렌드가 아니라, 정보 소비의 자세가 바뀌는 생활양식의 변화입니다. 그리고 생활양식이 바뀌면, 경제적 기회가 생깁니다. 기술이 바뀌고, 행동 패턴이 바뀌고, 그 사이에 비즈니스의 빈틈이 생긴다는 오래된 공식이 지금 다시 작동하는 셈입니다.
책은 제로클릭을 단순한 감각적 표현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는 감각을 수치와 사례로 밀어붙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50%대로 내려오고 구글이 40% 가까이 올라온 흐름, 그리고 챗GPT 국내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025년 10월 기준 2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장면을 한 번에 제시합니다.
이 대목이 흥미로운 건, 통계 그 자체보다 “사람들의 모니터 첫 화면이 바뀌는 풍경”을 먼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저자의 어머니가 네이버 검색의 광고 밀도를 어려워하다가 챗GPT로 피부 트러블을 사진 찍어 물어보고, 자동차 계기판 경고등도 검색 대신 AI에게 바로 묻는 장면은, 변화가 기술 뉴스가 아니라 생활의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설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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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클릭』이 말하는 핵심 전환은 SEO(검색 엔진 최적화)가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라, SEO의 전장(戰場)이 바뀌었다는 진단입니다. 저자는 “클릭을 위한 싸움”에서 “선택을 위한 싸움”으로 이동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심판자는 사람의 눈이 아니라 AI의 답변 구조입니다. 그래서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는 키워드의 양이 아니라, AI가 참고하고 인용하기 좋은 형태로 콘텐츠를 설계하는 문제로 바뀝니다.
책이 실용적으로 빛나는 지점은 여기서부터입니다. SIFT라는 프레임은 단순하지만 촘촘합니다. Structure는 제목·요약·본문·FAQ처럼 읽히는 구조를 만들라는 뜻이고, Intent는 “사용자가 지금 무엇을 묻는가”를 정확히 맞추라는 주문이며, Fidelity는 최신 데이터와 검증 가능한 사실로 내용을 단단하게 하라는 권고이고, Trust는 출처·저자·인용 등 신뢰의 표식을 분명히 세우라는 요구입니다.
이 네 단어를 읽고 있으면, 결국 GEO는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기술’에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책의 중반 이후는 실제 실무자를 위한 안내서처럼 톤이 바뀝니다. 질문 설계, 콘텐츠 전략, 테크니컬 GEO가 이어지며 “AI가 답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이해시키려 합니다.
솔직히 말해 테크니컬 파트는 개발자가 아니라면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낯섦이 이 책의 효용이기도 합니다. ‘설정값’은 몰라서 못 하는 순간,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영역이니까요. 저 역시 디지털 매체를 운영하며 이런 종류의 설정을 AI로 찾아 헤매는 시간이 꽤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시행착오를 ‘체크리스트’로 바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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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신뢰를 이야기하면 모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문장을 찍어낼 수 있는데,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더 날카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GEO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고 부르는 대목이 오래 남습니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조사하고 행동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의 시대가 올수록, AI가 참고하는 것은 “잘 읽히고, 잘 이해되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은 꽤 현실적입니다.
『제로클릭』은 마케터의 책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책입니다. 블로그 하나, SNS 하나, 작은 스토어 하나라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만든 것”이 사람의 눈이 아니라 AI의 답변 속에서 먼저 발견되는 시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변화가 위기인 이유는 기존 질서가 흔들리기 때문이고, 변화가 기회인 이유는 그 흔들림 속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로클릭』은 그 공백을 ‘감’이 아니라 ‘구조’로 설명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