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 들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동안, 원·달러 환율도 1470원대 후반~1480원대 턱밑까지 올라섰다. 통상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 환율이 내려가는 흐름이 많지만, 최근엔 주가와 환율이 함께 뛰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증시 쪽 신호는 분명히 ‘강세’다. 반도체 등 주요 업종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코스피는 새해 들어 기록적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연속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환율은 다른 얘기를 한다. 원화 약세 배경으로는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그리고 거주자(개인·기관)의 해외투자 지속에 따른 달러 수요가 함께 거론된다. ‘서학개미’ 해외증권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쏠림이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보도도 있다.
이번 조합의 핵심은 ‘누가 샀는가’다. 최근 구간에서는 외국인이 순매도였는데도 기관이 빈자리를 메우며 지수를 끌어올린 날이 있었다. 즉, 주가 강세가 반드시 대규모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지지 않으면 환율을 눌러줄 달러 매도 압력도 약해진다. 이 때문에 “좋아 보이는 증시”와 “불안한 환율”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당국은 환율을 더 민감하게 본다. 한국은행은 1월 15일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면서 외환시장 상황을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언급했고, 약세 흐름이 재차 나타나 경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분간 시장은 ‘실적’이 지수를 떠받치고, ‘달러 수급’이 환율을 흔드는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리 경로와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지, 엔화 흐름이 바뀌는지, 국내 거주자 해외투자 수요가 줄어드는지에 따라 환율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고점에서 더 버티면, 물가·금리·기업 비용 부담을 통해 증시에도 역풍으로 돌아올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