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에 반려견을 매달고 도로를 달린 견주가 결국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장면은 지나가던 시민의 휴대폰에 찍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히 퍼지면서 큰 공분을 일으켰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해당 견주는 ‘산책의 일환이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여론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care korea SNS 캡쳐
사건은 지난 8월 22일 저녁 7시 50분쯤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천안천 산책로에서 발생했다. 영상에는 전기자전거 뒤편에 줄로 매달린 러프콜리 한 마리가 힘겹게 끌려가는 장면이 담겼다. 주변 차량과 보행자를 피해 비틀거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기록됐고, 결국 개는 병원 이송 도중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영상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큰 충격을 안겼다.
천안동남경찰서는 제보 영상을 토대로 현장 인근 CCTV를 확인하고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곧바로 견주의 신원을 특정했다. 피의자는 50대 남성 A씨로, 사건 직후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았다. A씨는 “강아지가 비만이어서 운동을 시키려 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추가로 ‘위험한 방법으로 동물을 방치해 죽게 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학대 사례’로 규정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성명을 내 “살아 있는 생명을 마치 도구처럼 다룬 비인간적 행위”라며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된 결과가 이런 비극을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명백한 학대”라고 강조하며 법적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97조는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와 관계 없음
사건이 보도되자 온라인 여론은 들끓었다. “이게 운동이냐 학대냐”, “개를 기계처럼 다룬 잔혹 행위”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동물 학대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시작했고, 경찰서 앞에서는 동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천안 사건은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 운전자가 반려견을 차량에 매달고 끌고 간 사건이 있었고, 그 전에는 고양이를 박스에 가둬 유기하는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학대 사건은 꾸준히 발생한다”며,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국보다 훨씬 강력하다. 미국 플로리다 주 같은 경우는 반려동물을 학대한 경우 최대 5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고, 영국은 학대 행위자에게 평생 반려동물 소유 금지를 내리는 사례도 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벌금형이 주를 이루고 있어 억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와 같은 강력한 처벌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문화 확산, 보호자 교육 프로그램 의무화, 공공 캠페인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시민이 학대 현장을 목격했을 때 즉각 신고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사회적 감시 체계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