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초겨울 추위, 이유는 북극 한기 남하와 기후변동성
가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찾아온 초겨울 추위가 전국을 덮치고 있다. 서울 아침기온이 5도, 일부 내륙 지역은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출근길 체감온도는 0도 안팎까지 내려갔다.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확장한 찬 대륙성 고기압과 상층 한기의 영향으로 이번 주 중반까지 추위가 이어질 것”이라며, 예년보다 이른 기온 하강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추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북쪽에서 내려온 한기(寒氣)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장하면서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남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제트기류의 흐름이 느슨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흘러들기 쉬워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북극 온난화가 가속되며 북극과 중위도 간 온도차가 줄어들었고, 그 영향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져 기온의 급격한 변화가 잦아졌다. 과학계는 이를 ‘기후변화의 역설’로 부르며, 지구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서 오히려 특정 시기·지역에서는 강한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도 이번 추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동해안과 서해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 따뜻한 해양 공기가 차가운 대륙성 공기와 만나면서 강한 기온차를 형성했다. 이로 인해 대기 불안정이 커지고, 북서쪽 고기압의 냉기가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몽골·만주 일대의 대륙성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하면서 북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 바람은 찬 공기를 실어오며, 낮 기온 상승을 막아 체감 추위를 더 크게 만든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초겨울 추위는 이번 주 후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 주말부터는 점차 평년 기온을 회복하겠지만, 아침 저온은 여전히 5도 안팎에 머물며 쌀쌀한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월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며 일시적인 온화한 날씨가 나타나더라도, 대륙성 고기압의 재확장으로 다시 한 차례 찬 공기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른 추위가 일시적이라도, 올겨울 전반적인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짧은 기간의 한파가 잦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예년보다 이른 기온 하강은 시민들의 일상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급작스러운 추위로 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며 전력수요가 늘고 있고, 감기·독감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농업 분야에서는 가을 수확철 작물의 냉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축산농가 역시 보온시설 점검에 들어갔다. 건설현장 등 야외 근무자들은 안전모 아래에 방한모를 착용하고, 작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한파의 조기 도래’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후변동성이 확대된 징후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학교 기후과학자 한정훈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평균기온은 오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대기 순환이 불안정해져 극단적인 기온 변동이 더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초겨울 추위는 지구의 불균형한 온도 분포가 가져온 결과이자,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이상기온 시대’의 예고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