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부동산, 그리고 삶의 ‘길’을 말하는 사람 ― 빠숑 김학렬
조용한 오후, 인터뷰 스튜디오에 김학렬 소장이 들어섰다. 그는 특유의 밝은 인사로 “이 공간에 오면 늘 설렌다”고 말하며 웃었다. 책과 사람, 그리고 현실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되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 ‘빠숑’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이번에도 여전히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언어로 현실을 읽고 있었다.
최근 그는 『다시 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를 펴냈다. 이미 수십만 독자를 거느린 부동산 칼럼니스트이지만, 이번 책은 조금 다르다. 제목 그대로 ‘다시 쓴다’는 의미엔 시장을 보는 눈뿐 아니라 ‘삶을 설계하는 감각’을 함께 담고자 한 의지가 숨어 있었다. 그는 “부동산은 결국 사람의 삶을 담는 공간의 이야기”라며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살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학렬은 인터뷰 내내 “평균은 함정”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언론은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 전국 평균 상승률을 내놓지만, 실제 시장은 평균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이 오른다”는 말 뒤에는 여전히 오르지 못한 수많은 단지가 있고, 그 안에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는 “부동산은 숫자가 아니라 흐름”이라며, 시장이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강남이 오르면 서초·송파로, 다시 과천·분당·용인·수원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상승 구조. “이 경로를 읽으면 타이밍이 보인다”는 그의 말에는 20년 넘게 현장을 걸어온 발자취가 배어 있었다. “평균 대신 길을 보라. 부동산도 인생처럼 방향이 중요하다.”
그는 “예측은 오만”이라며 웃었다. 대신 필요한 건 ‘대응력’이다. 예측이 막히면 대응으로, 막히는 길이 있으면 다른 길로. 시장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30평이 너무 비싸면 20평대로 들어가라. 평수가 목표가 아니라 입지가 목표다.” 실제로 그가 조언한 사례 중에는, 20평대로 선제 진입한 이가 계약 잔금도 치르기 전에 3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경우도 있다.
그는 ‘지금 사야 하나’라는 질문보다 ‘나는 어떤 페이스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남의 속도를 부러워하지 말고, 나의 경로를 찾아야 합니다.”
요즘처럼 불안한 시기에 ‘전세는 끝났다’는 말이 쏟아진다. 하지만 김학렬의 답은 단호했다. “전세는 구조적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형태가 바뀔 뿐이에요.” 그는 내 상황에 따라 자가, 전세, 월세 세 가지 시나리오를 직접 계산해보라고 권한다. “남들이 떠드는 말보다, 엑셀 한 칸에 입력된 숫자가 더 정확합니다.”
그의 신간에는 ‘무조건 성공하는 똘똘한 한 채 100선’이라는 64쪽짜리 부록이 실렸다. 입지 40점, 기본기 25점, 수급 20점, 가격 유동성 15점의 정량 가점표가 핵심이다. “부동산의 본질은 입지와 기본기예요. 이 두 가지만 챙겨도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이 ‘가점표’를 단순한 투자 툴이 아닌 ‘관찰의 훈련’으로 본다. 자신이 사는 집과 가고 싶은 집을 점수로 비교하면, 시장을 보는 눈이 생긴다. “점수는 숫자지만,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김학렬은 여전히 매주 전국의 현장을 돈다. 그는 “지도 위의 점들이 실제로 어떤 색과 냄새를 가진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남구청역 사거리에서, 분당의 골목에서, 수성구의 언덕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현장은 늘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는 초보자들에게 “뉴스를 보고, 지도에 표시하고, 주말마다 현장을 걷는 습관”을 제안했다. 그 단순한 루틴이 시장을 보는 감각을 키우고, ‘남의 말’이 아닌 ‘내 눈’으로 판단할 힘을 길러준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책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부동산은 벽돌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입니다. 우리가 어떤 도시에서, 어떤 이웃과, 어떤 시간을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일이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웃었다. “결국 부동산도 인문학이에요. 숫자 속에서 사람을 읽을 줄 알아야 하죠.”
책상 위의 『다시 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는 그 말처럼, 단순한 투자 지침서가 아니라 한 사회를 이해하려는 탐구서처럼 보였다. 시장의 언어를 빌려 삶의 방향을 묻는 책. 그것이 김학렬이 말하는 ‘다시 쓴다’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