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 총리로 다카이치 사나에가 취임했지만, 외환시장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고,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51엔대를 돌파했다.
통상 새로운 지도부 등장 시 정책 기대감으로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정책 기조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0월 21일 일본 국회는 다카이치 사나에를 제102대 총리로 선출했다.
하지만 취임 발표 직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약 151엔 선까지 치솟으며 한 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적인 ‘정권 교체 프리미엄’과는 거리가 먼 흐름이었다.
시장은 새 정부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을 더 강하게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의 배경으로 세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첫째, 확장적 재정정책 기대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임 기시다 내각의 기조를 이어받아 경기부양책과 재정지출 확대를 약속했다.
이는 일본은행(BOJ)의 완화정책과 맞물리며 통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둘째, 금리 인상 지연 전망이다.
시장은 새 정부가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미·일 간 금리 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엔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다카이치 총리와 일본은행 간 정책 조율이 얼마나 원활히 이뤄질지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엔화 매수보다 달러 자산 선호가 더 강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권 교체는 외국 자본 유입을 촉진해 통화 강세를 유발하지만, 이번 일본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금리 인상보다 경기 부양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 결정적이다.
그녀는 취임 연설에서 “임금 상승을 동반한 지속 가능한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전까지 통화 긴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완화 유지’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시장은 곧바로 엔화 매도세로 반응했다.
결국 새 리더십이 시장의 기대를 바꾸지 못한 셈이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기업에게는 호재다.
도요타나 소니와 같은 수출 중심 대기업은 원화 환산 매출이 늘어나 이익이 증가한다.
그러나 반대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일본 내 생활비와 에너지 비용이 더 오르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한 “서민 경제 안정” 구호가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엔화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일본은행의 금리정책을 꼽는다.
만약 BOJ가 연내 금리 인상이나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다면, 엔화는 단기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완화정책을 유지한다면 달러·엔 환율은 152엔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미국의 금리 동향 역시 큰 변수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조짐을 보이지 않는 한, 미·일 금리차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엔화가 스스로 강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현재 일본의 새 리더십을 ‘새 인물, 같은 정책’으로 요약하고 있다.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재정확대·저금리·완화기조라는 세 가지 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속에서 엔화는 단기 반등보다 추가 약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달러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결국 정책 연속성에 있다.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물보다 정책의 방향성이다.
일본 정부가 완화적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한, 엔화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바뀌어도, 경제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느슨한 돈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