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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논란 끝! 드디어 진품으로 판명난 폴 고갱의 바로 그 작품
  • 서지원 문화 & 전시 전문기자
  • 등록 2025-10-29 23: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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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갱 아닌 타인 작품? 제기된 의혹의 배경
  • 자외선과 안료 분석이 밝혀낸 과학적 증거
  • 얼굴 일부 덧칠, 그러나 예술의 본질은 그대로

바젤미술관, 폴 고갱의 ‘마지막 자화상’ 진품으로 공식 인정

후속 도색은 존재하지만 작품의 본질은 고갱의 손에서 탄생


Paul Gauguin, Self-portrait (1903) = Kunstmuseum Basel 

진위 논란 끝난 한 점의 그림

스위스 바젤의 국립미술관 쿤스트미술관(Kunstmuseum Basel)이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미술관은 최근 소장 중인 폴 고갱(Paul Gauguin)의 작품 〈자화상(Portrait de l’artiste par lui-même)〉을 정밀 조사한 결과, 해당 작품이 고갱의 진품임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그림은 고갱이 1903년 타히티 인근의 마르키즈 제도 히바오아 섬에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그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실상 그의 ‘마지막 자화상’으로 불린다. 하지만 1924년 경매에서 진위가 논란이 일었고, 1928년 전시에서는 '추정 자화상'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위작 논란의 배경

그러다 올해 3월, 프랑스 출신 연구가 파브리스 푸르마누아(Fabrice Fourmanoir)가 “이 작품은 고갱이 아닌 다른 화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진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그는 고갱의 건강 상태가 매우 악화된 시점이었던 1903년에 이런 세밀한 자화상을 그리기는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그림의 얼굴 윤곽, 코의 형태, 눈동자 색이 기존 자화상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베트남 출신 화가 응우옌 반 깜(Nguyen Van Cam, 별명 Ky-Dong)이 고갱의 사진을 바탕으로 대신 그렸을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Kunstmuseum Basel 

미술관의 정밀 조사 결과

논란이 커지자 쿤스트미술관은 국제 감정가와 복원 전문가를 동원해 재료·안료 분석과 자외선( UV ) 조사를 포함한 과학적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그림의 캔버스와 안료 성분이 고갱이 생전에 사용하던 재료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부 영역—특히 얼굴의 눈가와 턱 수염 부분—에서는 티타늄 화이트(Titanium White) 안료가 검출됐다. 이 물질은 1918년 이후에야 일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해당 부분이 사후에 덧칠된(over-paint) 것으로 결론 났다.
즉, 작품 전체는 고갱의 진작이지만, 사후 복원이나 보존 과정에서 일부 수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미술관의 공식 입장

쿤스트미술관은 발표문에서 “이 자화상은 폴 고갱이 직접 제작한 진품으로 판단된다”며 “사후의 덧칠은 위조 의도가 아닌 보존이나 미적 보완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작품의 핵심적 표현과 예술적 정체성은 온전히 고갱의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해당 작품을 다시 상설 전시 컬렉션에 복귀시킬 계획을 알렸다.

폴 고갱의 사진= 위키백과

예술계의 의미와 파장

이번 진품 인정은 단순한 미술사 정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고갱의 생애 마지막 시기를 상징하는 자화상이 진품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말년 정신세계와 예술적 변모를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가 되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미술계에서 기술적 분석(재료 과학, 자외선 조사 등)이 진위 판단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한편, ‘후속 도색’이라는 흔적은 작품이 시간과 인간의 손을 거치며 변화한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예술의 ‘순수성’과 ‘보존’의 경계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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