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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추락과 반등’의 외교 연대기: 파면 정국의 상처에서 APEC 경주와 ‘실리 외교’로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11-02 09: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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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 대선과 권력이양, ‘절차의 힘’ 증명
  • 실리 외교의 설계도: 동맹·중국·북핵의 균형
  • APEC 2025 경주: 의장국의 조율과 합의


4월의 급전개, 국격의 흔들림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을 전원일치(8–0)로 인용했다. 사유의 본류는 2024년 12월 3일 단행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실체 위반이었다. 판결과 동시에 윤 대통령은 파면됐고, 60일 내 조기 대선 절차가 가동됐다. AP와 가디언, 로이터는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 분기”라며 긴박했던 전후 맥락을 타전했다. 

정치·사회는 깊게 요동쳤다. 서울 도심은 대규모 경비령 속에 법원 인근이 통제됐고, 국외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했다. 파면 자체는 헌정주의의 작동을 의미하지만, 외부 시선은 일정 기간 ‘국정 리스크 프리미엄’을 덧씌웠다. 


6월의 수습, ‘이재명 정부’와 실리의 기조

혼돈 수습의 첫 단추는 6월 3일 조기 대선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서 권력 공백은 짧게 봉합됐다. 외신과 싱크탱크들은 새 정부의 대외 키워드로 “프래그머티즘(실용·실리 외교)”을 공통 지목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이재명 외교는 실용성과 경제적 긴급성으로 특징지어진다”고 평가했고, 브루킹스와 포린폴리시도 ‘노선의 중도화’와 ‘실용적 위험관리’를 짚었다. 

이 당선은 계엄 파동 이후의 민심 재확인을 동반했다. 르몽드는 득표율과 격차까지 구체 수치로 보도하며 “정치적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가디언은 취임 메시지에서 공급망 재편·보호무역 확대를 “국가 생존 이슈”로 규정한 대목을 부각했다. 



10~11월, 경주가 무대가 된 ‘반등의 외교’

반전의 무대는 APEC 2025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 경주)였다. 의장국 한국은 ‘Connect · Innovate · Prosper’ 3대 우선과제로 회의 전 과정을 설계했고, ‘2025 APEC 정상들의 경주 선언’을 이끌어냈다. 공식 선언문은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디지털·AI 거버넌스, 공급망 복원력, 포용성, 인구구조 충격 대응을 포괄한다. 캐나다 총리실과 APEC 사무국은 선언 전문을 공개했다.

회의 외교의 결은 ‘조정’과 ‘연결’이었다. 로이터는 미·중 간 난제 속에서도 무역·디지털 의제의 합의 근접과 의장국 한국의 조율에 주목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 교역 질서의 임계점”을 언급하며 규범과 협력 복원을 촉구한 발언을 따로 전했다. 

무형의 소프트파워 연출도 강렬했다. 환영 만찬 무대에는 지드래곤이 전통 갓을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올라 ‘하이브리드 K-컬처’를 선보였고, 차은우는 군 복무 중 사회자로 나서 유창한 진행을 펼쳤다. 국내외 매체가 일제히 조명하며 “형식이 아닌 콘텐츠 외교”라는 호평을 보탰다. 


외신의 업데이트된 ‘톤’—혼란에서 실용으로

상반기 보도는 계엄·파면 사태의 충격과 분열을 비추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톤이 달라졌다. 로이터는 정상회의 합의 접근과 의장국 조율력에 주목했고, 애틀랜틱카운슬·브루킹스는 새 정부 외교를 실용주의로 개념화했다. 가디언도 공급망·무역질서 현실론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실용 외교력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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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반등’의 근거—장면과 지표

첫째, 절차적 정당성의 회복이다. 파면 이후 조기선거·권력이양이 헌정 절차 안에서 신속히 작동했다. (선거·당선 보도 참조)
둘째, 의제 리더십의 복원이다. 경주 선언은 AI·디지털, 공급망, 포용성, 인구 구조 등 장기 어젠다를 압축했다.
셋째, 문화외교의 증폭 효과다. K-팝·테크·전통을 결합한 연출은 메시지의 도달률을 넓혔고, 해외 보도량·소셜 임팩트를 키웠다.
넷째, 현실 인식의 선명화다. 대통령의 “교역 질서의 임계점” 발언은 공급망·규범 경쟁의 구조적 위험을 직시하는 시그널이었다.


실리의 경계와 균형

실용의 이름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미·중 전략경쟁의 진폭이 커질수록 선택의 비용은 높아진다. 대미 안보·경제 공조를 유지하면서 대중 의존·기술 규제 리스크를 헤지해야 한다. 방위비·무역 연계 압박이 커지는 환경에서 동맹 현대화의 설계를 요구하는 분석도 잇따른다. (브루킹스) 동시에 국방예산·연합운용, 대일 협력의 제도화, 북핵 억지와 대화의 투트랙 지속 가능성도 체크 포인트다. 


총평—2025년 한국, ‘혼란의 곡선’을 ‘실용의 직선’으로 펴다

연초의 파면 정국은 한국 이미지에 깊은 흠집을 냈다. 그러나 적법 절차를 통한 권력이양, 의장국 외교의 성과, 콘텐츠 외교의 설계가 하반기 톤을 바꿨다. 외신 톤의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경주 선언이 남긴 문장과 경주 무대가 만든 장면은, 2025년 한국이 혼란을 통과해 실용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내년 과제는 이 실용을 정책 패키지로 일관되게 밀어붙여 지속 가능한 신뢰 회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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