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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새벽 1시 13분 하늘을 찢다… 센서 이상에도 흔들리지 않고 첫 야간 발사 성공
  • 정재일 과학 전문기자
  • 등록 2025-11-27 07: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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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정 시각 18분 지연… 압력 센서 알람의 정체
  • 새벽 1시 13분, 누리호의 불꽃이 하늘을 가르다
  • 1·2·3단 분리까지 완벽했다… 교과서적 비행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네 번째 도전에 또 한 번 성공을 기록하며, 한국 우주 개발의 지형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7일 새벽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뤄진 이번 발사는 누리호 최초의 야간 발사이자,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제작·조립을 주도한 발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 하루 전, 발사대에 선 누리호… 마지막 준비에 들어가다

발사 전날인 26일, 누리호 4호기는 이미 나로우주센터 2번 발사대 위에 우뚝 선 상태였다. 25일 낮 발사체 기립과 고정 작업이 완료되면서, 발사체는 이틀 전부터 ‘카운트다운 모드’에 들어갔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6일 저녁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27일 0시 55분 발사를 목표 시간으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발사체의 기술적 준비 상황, 기상 조건, 우주 환경과 우주물체 충돌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이후 발사 당일 0시를 전후해 추진제(연료와 산화제) 충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각종 계측·제어 시스템 점검이 이어지면서 나로우주센터는 사실상 밤샘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센서 이상 알람, 그리고 18분의 지연

당초 예고된 시간은 0시 55분. 그러나 발사 자동운용(PLO)에 들어가기 직전, 발사체와 지상 설비를 연결하는 엄빌리칼 회수 장치의 압력 센서 신호 이상이 포착되면서 현장은 긴장감이 높아졌다.

긴급 점검 결과, 실제 압력은 정상인데 센서 신호에만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발사 당국은 허용된 발사 시간 창(0시 54분~1시 14분) 안에서 발사 시각을 1시 13분으로 18분 늦추는 결정을 내렸다.

관측소와 유튜브 생중계, 각지의 과학관·홍보관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짧지 않은 지연을 지켜보며 “혹시 또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동시에 보였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새벽 1시 13분, 한국형 발사체가 다시 하늘로

결국 27일 새벽 1시 13분, 누리호의 1단 엔진에 화염이 붙고 거대한 화염 기둥과 함께 발사체가 밤하늘을 박차고 올라갔다.

비행은 교과서적인 시퀀스를 따랐다.

  • 이륙 후 약 2분 지점에서 1단 분리

  • 약 4분 30초 부근에서 2단 분리

  • 이어 고도 약 600km 근방에 도달한 뒤 3단 엔진이 목표 궤도에 진입

발사 약 13분 뒤,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가장 먼저 분리됐고, 이후 약 20초 간격으로 큐브위성 12기가 2기씩 차례로 궤도에 뿌려졌다.

우주항공청은 비행 종료 시각을 1시 31분, 전체 비행 시간은 약 18분 25초로 공식 발표했다. 비행 전 구간에서 추진·분리·사출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위성 13기, 궤도 안착과 첫 교신까지 ‘이상 무’

발사 성공 여부의 마지막 관문은 ‘교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발사 후 약 40여 분 뒤인 1시 55분경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의 첫 신호 수신에 성공했다.

나머지 큐브위성들 역시 순차적으로 지상국과의 초기 교신이 이뤄졌고, 과기정통부는 새벽 브리핑에서 “13기 모두 계획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 실린 위성들은 오로라 관측과 우주 환경 분석, 우주 방사선 및 우주 바이오 실증,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의 기술 실험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유튜브로 지켜본 ‘밤샘 발사 쇼’… 시민들도 함께 했다

이번 발사는 새벽 시간대였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KBS·MBC·YTN 등 주요 방송사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며 수만 명의 온라인 시청자가 ‘밤샘 관람’에 참여했다.

또 광주과학관을 비롯한 전국 과학관·체험관에서는 ‘시민 함께 보기 행사’가 열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청소년들이 과학자·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발사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청소년들은 “게임 대신 로켓 발사 보려고 밤을 샜다”, “이게 진짜 ‘우주 굿즈’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았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발사 순간 박수와 환호를 터뜨렸다.


‘민간 주도’로 넘어간 첫 발사… 한화의 시험대, 성공으로 끝나

이번 4차 발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민간 주도’다.

누리호 4호기는 그동안 정부·항우연 주도로 진행되던 체계 종합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전담한 발사체다. 정부는 누리호 개발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해, 향후 상업 발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발사 운용은 여전히 항우연이 총괄했지만, 제작·조립의 중심이 민간으로 옮겨 갔다는 점에서 ‘국가 주도 1막’에서 ‘민관 협력·민간 주도 2막’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기정통부와 우주항공청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총 6차례로 계획된 누리호 발사 일정을 차질 없이 이어 가고, 이후 차세대 발사체와 심우주 탐사 계획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네 번째 누리호, 일곱 번째 한국 발사체… 16년 도전의 현재 위치

누리호는 2021년 첫 발사 이후 네 번째로 하늘을 날았다.
그 사이 한국은 나로호(2009~2013) 3회 발사와 누리호 4회를 더해, 총 7회의 우주 발사체 발사를 경험하게 됐다. 누리호는 이 가운데 3차례 이상의 성공을 기록하며 ‘국산 발사체 상용 단계로의 진입’을 입증했다.

이번 4차 발사는 특히 2023년 5월 3차 발사 이후 약 2년 반 만에 이뤄진 도전으로, 그 사이 이뤄진 기술 보완·신뢰성 향상이 실제 비행에서 검증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제는 우주를 ‘하는 나라’에서 ‘파는 나라’로”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를 두고 “한국이 이제 우주 발사체를 단순히 ‘보유한 국가’를 넘어, 발사 서비스와 위성 플랫폼을 수출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관문을 통과했다”고 평가한다.

누리호의 성공적인 반복 발사는 국내 위성 제작·우주부품 업계의 시장 확대, 민간 발사 서비스 산업의 출현, 나아가서는 동남아·중동 등 우주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발사 ‘수주 경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번 발사에 참여한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설계·제작한 소형 위성을 실제 궤도에서 운영해 보며, 우주 스타트업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흰 연기’가 남긴 것

27일 새벽, 나로우주센터를 떠난 누리호는 어느새 지구 상공 600km 궤도에서 자신의 임무를 시작했다. 발사대 위에 남은 것은 짧은 흰 연기와, 10여 년 넘는 시간 동안 실패와 지연을 견디며 여기까지 온 연구진과 기술자들, 그리고 이제 막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뛰어들기 시작한 한국 민간 우주산업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새로운 기대다.

이번 4차 발사는 그 자체로도 성공이지만, 더 큰 의미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앞으로, 우주를 얼마나 자주, 얼마나 당당하게 오르내릴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향한 여정이, 오늘 새벽 또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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