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덕 고래불역이 29일 잠시 ‘문화의 파도’로 뒤덮였다.
작가이자 인문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시한이 이곳에서 진행한 ‘모비딕 북토크콘서트’가 지역민과 방문객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열렸다.
행사는 경상북도와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가 마련한 고래불역 문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래불 해변이라는 상징성과 허먼 멜빌의 고전 문학 모비 딕을 연결한 기획이 돋보였다.

“고래불이라는 이름, 고래 이야기의 원형과 만나다”
이날 이시한 작가는 강연 서두에서 “고래불이라는 지명은 고려 말 학자 이색이 실제 고래가 뛰노는 장면을 보고 붙인 이름이며, 멜빌은 그 고래를 통해 모비 딕을 남겼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 두 흔적이 시공을 넘어 만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고래 조형물과 벽화로 꾸며진 역사의 분위기와 맞물려 자연스레 ‘고래 이야기의 성지’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강연은 모비딕의 줄거리와 상징, 아합의 집착과 인간 내면의 구조, 현대적 의미 등으로 이어졌으며, 문학 강연임에도 청중의 집중력은 90분 내내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눈에 띈 건 30분 넘게 이어진 Q&A 시간이다.
당초 행사 종료 시간이 지나 있었지만, 이시한 작가에게 질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주최 측이 즉석에서 시간을 연장했다. 그럼에도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날 행사의 뜨거운 열기를 짐작하게 한다.
참가자들은 “고전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나 싶었다”, “고래불역이라는 공간과 모비딕의 만남이 신선했다”, “아이와 함께 들었는데 끝까지 집중하더라”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은 “문화행사라고 해서 가벼운 줄 알았는데, 재미와 감동이 동시에 있었다”며 “지역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덕 고래불역은 지역 문화 확산의 거점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 다음 달 5일에는 플리마켓, 홍보대사 위촉식 등이 예정돼 있어 장기적으로 ‘철도 기반 문화 플랫폼’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교통 중심지였던 역이 문화 중심지로 확장되는 것은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이번 북콘서트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행사”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북콘서트는 ‘고래불이라는 장소의 서사’와 ‘모비딕이라는 문학의 서사’가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며, 지역민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이날의 북콘서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래 이야기가 고래불역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더 이상 역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