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이 되면 단톡방이 시끌시끌해지죠. 회사 송년회, 팀 회식, 동창 모임, 스터디 송년회, 가족 모임까지. 안 나가자니 사람들하고 멀어지는 것 같고, 다 나가자니 체력도 돈도 바닥나는 시즌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식 분위기도 많이 줄어들고, 짧고 가벼운 모임이나 집에서 쉬는 연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연말 계획으로 ‘집에서의 휴식’을 꼽은 사람이 50%, ‘가족 모임’을 꼽은 사람이 38.6%로 나타났고, 모임을 하더라도 “가볍게, 일찍 끝나는 모임”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었습니다.
이제 연말 모임은 ‘많이 가는 사람’보다, ‘골라서 잘 활용하는 사람’이 이득을 보는 시대입니다. 어떻게 일정 설계를 하면 좋을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연말 모임, 예전이랑 뭐가 달라졌나
코로나 이후 회식과 모임 문화는 꽤 달라졌습니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이 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술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46.7%)”와 “비교적 일찍 끝나는 문화(40.6%)”였어요. 예전처럼 새벽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의리 있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깨진 겁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연말 회식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들 중 거의 절반이 “내 개인 시간을 빼앗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요. 워라밸이 연말에도 중요해진 거죠. 한편으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줄이고 절제된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버 라이프’ 연말 모임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리하면, “연말이니까 무조건 달리자”에서 “연말이니까 더 현명하게 고르자”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칙 1. 모든 모임엔 ‘목적’을 붙인다
연말 모임을 잘 쓰려면, 먼저 각 모임에 ‘이 모임의 이유’를 붙여보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회사 송년회: 상사·팀원과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내년 분위기를 가늠하기 위한 자리
- 동창 모임: 1년간 서로 근황을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아이디어 찾기
- 스터디 송년회: 공부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 계획을 가볍게 맞춰보는 자리
목적이 보이면, “굳이 안 가도 되는 모임”과“가면 확실히 남는 게 있는 모임”이 갈립니다.
비슷한 사람들, 비슷한 내용의 모임이 겹치면 하나로 합치거나(예: 대학 동기랑 동아리 친구들 한 번에 모으기), 꼭 가야 할 쪽만 남기고 덜 중요한 쪽은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좋습니다.

원칙 2. ‘캘린더 먼저, 약속은 나중’ 전략
대부분은 약속이 들어올 때마다 그때그때 “어… 그날 비긴 한데…” 하고 잡습니다. 이렇게 2주 정도 지나면, 어느새 12월 캘린더가 온통 색칠되어 있죠.
조금 더 현명한 방식은 이겁니다.
1) 먼저 내 연말 기준선을 캘린더에 적어두기
- 일주일에 ‘저녁 모임’ 최대 2번
- 주말 중 최소 1일은 “완전 휴식일”
- 가족·연인과 보내는 ‘고정 시간’ 먼저 블록으로 표시
올해 연말 계획을 묻는 조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은 “집에서 휴식(50%)”과 “가족 모임(38.6%)”이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모임보다도 “나와 가까운 사람, 나 자신과 보내는 시간”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어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걸 먼저 캘린더에 박아 두고 나머지 자리에만 모임을 배치해야, 뒤늦게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2) 12월 중간에 ‘노 모임 주간’ 하나 박아두기
마지막 주에 일이 폭주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정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2월 둘째 주나 셋째 주 평일 중 3일 정도를 아예 “약속 금지일”로 잡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리 빈 칸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절대 비워지지 않습니다.
원칙 3. 술·체력·돈, ‘3대 자원’부터 정한다
연말 모임이 힘든 이유는 결국 세 가지 자원이 동시에 나가기 때문입니다.
건강·체력, 시간, 돈이죠.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볍게 마시는 트렌드”와 “비음주 모임”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12월 초에 이런 개인 룰을 하나 정해보는 게 좋습니다.
- 한 주에 ‘진짜 술자리’는 최대 1~2번
- 나머지는 점심 모임, 브런치, 카페 모임으로 대체
- 연말 모임 예산 상한(예: 12월 전체 모임비 30만 원) 정하기
이 기준선만 명확히 해도, 막판에 통장 보고 놀라는 일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직장 송년회, ‘내년을 위한 투자’로 활용하기
직장 송년회는 “가기 싫어도 안 가기 애매한” 대표적인 자리입니다. 그래도 회사 모임은 잘만 활용하면, 내년 업무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1) 미리 ‘내 역할’을 정하고 가기
- 상사에게 한 번은 “올해 이런 부분이 제일 배웠습니다”라고 짧게라도 피드백 전하기
- 평소 덜 친했던 동료 1~2명에게 “내년엔 이런 일 같이 해보자” 이야기 꺼내보기
그 자리에서 큰 판을 뒤집을 필요는 없지만, “이 사람은 일 말고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남기면 내년이 확실히 편해집니다.
2) 시간과 귀가 기준은 ‘선언’해 두기
요즘은 회식 문화가 좋아졌다고는 해도, 실제로는 여전히 “업무의 연장”처럼 느끼는 직장인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저는 오늘 10시까지만 있다가 가야 할 것 같아요” 같은 말을 회식 시작 전에 슬쩍 던져두면, 나중에 눈치 덜 보고 빠질 수 있습니다.
친구·동창 모임, ‘합치거나 나누거나’
연말이 되면 특히 위험한 것이 친구·동창 모임입니다. 이쪽, 저쪽에서 다 불러서 12월 주말마다 두 탕, 세 탕이 잡히기 쉽죠.
- 비슷한 멤버끼리는 과감히 ‘합동 송년회’로 묶기
- 인원이 너무 많다면, 1차는 전체 모임, 2차는 진짜 친한 소수만 남는 구조로 나누기
- 일정 조율은 각자 말로 하기보다, 투표 기능 있는 앱이나 폼을 써서 한 번에 정리
이렇게 구조를 설계해두면, “계속 만나는데도 이상하게 지친다”는 느낌이 확 줄어듭니다. 같은 사람과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모임의 수를 줄이는 게 포인트입니다.

연말 네트워킹·스터디 모임, ‘많이’보다 ‘깊이’
연말에는 각종 커뮤니티, 스터디, 세미나에서 송년 네트워킹을 연다는 공지가 쏟아집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숫자보다 밀도가 중요합니다.
- 한 모임당 “이 사람과는 내년에 1:1로 다시 만나고 싶다” 싶은 사람 1~2명만 마음에 찍어두기
- 끝나고 바로 메시지 보내기: “오늘 이야기 재밌었어요, 내년 초에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 잔 할까요?”
이렇게 하면 연말에 얕은 인연을 마구 늘리는 대신, 내년으로 이어지는 몇 개의 ‘진짜 연결’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도 미리 준비하자
연말이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 하는 자리도 생깁니다. 문제는 그때마다 “뭐라고 하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억지로 참석’으로 귀결된다는 거죠.
아예 연말용 ‘거절 문장’을 몇 개 준비해두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12월에 일정이 많이 겹쳐서 이번에는 참여를 못 할 것 같아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건강이 좀 안 좋아서 밤 모임은 줄이려고 해요. 다음에 낮에 한 번 봐요!”
“이번에는 가족 일정이 먼저 잡혀 있어서요. 사진 많이 올려 주세요, 구경이라도 할게요.”
핵심은 길게 변명하지 않고, 짧게・정중하게・대안을 남기는 겁니다.
나만의 ‘연말 모임’도 하나쯤 만들어두기
연말 모임이라고 해서 꼭 여러 명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제는 혼자 보내는 연말도 충분히 하나의 “의미 있는 모임”이 될 수 있습니다.
- 1년간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메신저로 짧은 감사 인사 보내기
- 혼자 카페에 앉아 올해 사진·일기·달력을 훑어보는 ‘연말 정산 타임’ 만들기
- 내년의 키워드 한두 개 정해서, 다이어리 첫 장에 적어두기
이런 조용한 시간들은 다른 어떤 송년회보다도, 내년 한 해를 버티게 해주는 에너지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결국, 연말 모임은 “얼마나 많이 나갔느냐”보다 “어떤 사람과, 어떤 이유로 시간을 썼느냐”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12월의 캘린더를 다시 펼쳐놓고, “나를 지키는 날, 관계를 다지는 날, 그냥 쉬는 날”을 먼저 색칠해 보세요. 그 위에 올라가는 연말 모임들은, 훨씬 더 가볍고 기분 좋은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