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판단된 고연봉 임원급 인력에게 회사가 ‘환경미화(청소)’ 업무를 맡기고 급여를 대폭 낮췄지만, 법원은 이를 부당한 인사명령으로 봤다. 서울행정법원은 괴롭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강등 폭과 직무 전환·임금 삭감이 결합된 조치가 “통상 감내 범위를 넘는다”는 취지로 제동을 걸었다.
사안의 출발점은 회사가 ‘조직문화·인사’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한 임원을 다시 영입한 데서 비롯됐다. 해당 인력은 과거 재직 이력이 있었고, 퇴사 뒤 다시 복귀하는 과정에서 연봉 2억 원과 사이닝 보너스 1억 원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복귀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이어졌다. 외부 감사와 외부 법무법인 검토 결과, 부하 직원들의 보직 강등을 남발하고 채용 과정 갈등을 키우는 등 인사권을 부적절하게 행사했다는 결론이 나왔고, 회사는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 이후 회사가 선택한 카드는 더 강했다. 해당 인력을 기존 책임자급 자리에서 3단계 아래 직급으로 내리고, 인사조직이 아닌 총무 쪽으로 배치했다. 연봉도 2억 원에서 6000만 원으로 낮추는 방향을 적용했고, 실제로 맡긴 업무는 사무실 환경미화, 즉 청소 업무였다.
당사자는 “보직해임과 부서 이동이 과도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인용 결정이 나오자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에 나섰다.

법원의 판단은 ‘필요성’과 ‘비례’를 갈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같은 조직에서 근무 중인 상황에서, 괴롭힘이 확인된 인력을 상위 책임자 위치에 두면 운영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보직 변경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조치의 강도가 선을 넘었다고 봤다. 3단계 강등은 전례가 드문 “이례적” 조치로 지적됐고, 급여 삭감 폭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인사 총괄’로 영입된 경위를 고려하면 환경미화 업무는 본래 직무와 본질적으로 거리가 멀며, 상급자 감독 강화 같은 덜 침익적인 방식으로도 목적 달성이 가능한데 굳이 총무로 보낼 필요성이 약하다고 봤다. 협의 절차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직장인들 사이에선 거친 반응도 나온다. “가해자 처벌을 제대로 하려 했는데 법원이 막는다”, “현실을 모르는 기계적 판단 아니냐”는 식이다. 특히 ‘청소 담당’ 발령은 상징성이 강해, ‘본보기 처벌’이라는 정서가 붙기 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가해자 면죄부’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법원이 제동을 건 지점은 “괴롭힘 대응 자체”가 아니라, 대응 방식이 근로계약의 본질을 흔들 정도로 과도했는지와 목적 대비 침해가 지나쳤는지였다. 즉 회사가 엄정 대응을 하더라도, 인사명령은 어디까지나 운영 목적에 맞게 비례·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이번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기업이 흔히 맞닥뜨리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조직은 단호한 메시지를 원하지만, 인사권은 법적 한계를 넘는 순간 역풍이 된다. 전문가가 “분풀이식, 사회통념상 이례적인 방식은 회사가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도 그 지점이다.
핵심은 ‘세게’가 아니라 ‘정교하게’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분리, 징계의 비례성, 충분한 협의·절차를 한 세트로 설계하지 않으면, 엄정 대응 의도 자체가 법정에서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