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의 유휴부지·공공부지를 묶어 총 6만호 주택을 공급하는 추가 대책을 29일 내놓았다. 지난해 ‘9·7 공급대책’(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호 착공 목표)의 후속 조치로, 수요가 몰리는 도심에 “물량을 실제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시장 불안을 누르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번 계획의 공급 대상지는 총 46곳(서울 26·경기 18·인천 2)이다.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부지”를 추렸다고 설명했다. 규모로 보면 판교신도시(약 2만9000가구) 2개 수준에 해당하며, 착공은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방침이다.
지역별 물량은 서울 3만2000호(53.3%), 경기 2만8000호(46.5%), 인천 100호(0.2%)로 서울 비중이 과반이다.
부지 성격으로는 국유지 2만8100호(47.0%), 공공기관 부지 2만1900호(36.7%)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가 제시한 6만호에는 이미 추진 중이던 물량 일부가 포함된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6000호, 캠프킴 1400호 등 기존 계획분을 제외하면 순수 신규 확대 물량은 5만2000호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번 대책은 “서울 도심의 큰 덩어리 + 곳곳의 중소규모 부지”를 함께 묶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급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울 용산구(1만3500가구)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목표 물량을 1만 가구로 늘리고(착공 목표 2028년), 캠프킴 부지 2500가구(2029년 착공), 501정보대 150가구(2028년 착공) 등이 포함됐다.
태릉CC(군 골프장) 부지는 6800가구를 공급한다. 세계유산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중저층 중심으로 계획하고,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주거공간으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착공 목표는 2030년이다.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령부는 시설 이전 뒤 부지를 기업도시로 통합개발해 9800가구를 공급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시설 이전계획 수립, 2030년 착공을 제시했다.
판교 테크노밸리 인접 지역에는 신규 공공주택지구 성남금토2·성남여수2를 추가 지정해 6300가구 공급을 추진한다. 착공 목표는 2030년이다.
정부는 도심 곳곳의 노후·이전 대상 기관 부지를 활용한 물량도 제시했다. 예컨대 강남 서울의료원 남측(518가구), 동대문 국방연구원·한국경제발전전시관 이전 부지(1500가구), 은평 연구기관 4곳 이전 부지(1300가구)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발표와 동시에 해당 지구 및 주변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즉시 지정하고, 지구 주변에서 포착된 이상거래 280건을 선별해 분석 후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발표 → 기대감에 따른 선매수’로 번지는 경로를 초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발표의 1차 효과는 시장 심리(기대·불안) 조절에 있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실수요·투기수요가 함께 움직이는데, 정부는 “서울 핵심 입지에 6만호”라는 숫자로 불안 심리를 먼저 누르려는 셈이다.
다만 실제 공급의 체감 시점은 늦다. 정부가 밝힌 착공은 2027년부터 순차이며, 핵심 사업지 다수는 2030년 착공 목표로 잡혀 있다.
즉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좌우할 ‘입주 물량’이 아니라, “향후 공급 경로를 얼마나 확실히 깔아두느냐”가 관건이다.
도심 핵심 부지는 대체로 기관 이전, 인허가, 지자체·주민 조정이 얽혀 있다. 정부도 일부 부지의 경우 지자체·관계기관 협의와 반대 여론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인정한다.
용산은 개발 기대가 큰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해 “속도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과천 역시 대규모 시설 이전이 선행돼야 해 일정이 지연될 경우 시장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번 물량을 청년·신혼부부에 중점 공급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도심 직주근접 수요가 큰 계층을 겨냥한 점은 정책의 정합성을 높인다. 다만 실제로는 분양·임대 비중, 주택 유형(소형 중심 여부), 가격대가 확정돼야 “정책이 수요를 정확히 맞혔는지” 평가가 가능하다. ‘도심 공급’이 곧바로 ‘도심 체감’으로 이어지려면, 공급 방식의 설계가 숫자만큼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첫 번째 성과”로 규정하며, 추가 공급 물량 발굴 및 후속 대책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결국 시장이 보는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발표한 부지들이 계획대로 ‘착공’까지 가는지. 둘째, 추가 물량이 ‘서울 수요가 두꺼운 곳’에 더 붙는지. 공급은 숫자보다 실행력에서 승부가 난다. 이번 대책은 그 실행력 시험대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