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ouse 제공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노벨평화상 메달을 건넨 장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었다. ‘평화’라는 상징을 ‘정권 교체’의 레버리지로 바꾸는 순간이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마차도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지만, 그 ‘역할’의 핵심이 대화·중재가 아니라 군사·정보작전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이 장면을 곧장 모순의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간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2026년 1월 3일(현지시간)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작전이 있다. 로이터는 특수부대·정보자산 동원 등 작전 전모를 상세히 전하며, 트럼프가 이를 공개적으로 ‘성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작전을 두고 국제법 위반 소지를 둘러싼 내부 법리 검토 문건 논란이 커졌다고 전했다.
PBS 역시 마두로 체포까지 이어진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밀 작전 확대 흐름을 정리했다.
즉, 마차도가 메달을 건넨 대상은 ‘평화 협상가’라기보다 “상대 정권 수장을 잡아 온” 강경 행동의 얼굴로 각인된 인물이다. 이게 첫 번째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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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은 시대에 따라 해석이 확장되어 왔지만, 핵심은 늘 갈등을 줄이고, 폭력을 억제하며, 평화적 질서를 촉진하는 방향이다. 그런데 이번 장면은 반대로 읽힐 여지가 크다.
마두로 체포가 베네수엘라의 폭력 가능성을 줄이고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타국 영토에서의 무력·은밀 작전을 ‘평화의 공로’로 포장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마차도가 노벨 메달을 ‘헌정’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의 행동을 치켜세우는 순간, 평화상은 “전쟁을 멈추게 한 상”이 아니라 “정권을 무너뜨린 상”처럼 보이기 쉽다. 상징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이다.
마차도의 선택을 옹호하는 쪽은 이렇게 말한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필요로 하는 건 선언이 아니라 결과, 그리고 결과를 만드는 건 결국 워싱턴의 결심이라는 현실 인식이다. AP와 가디언 보도는 마차도가 트럼프에게 정치적 지지·후원을 기대했고, 그 기대를 되살리기 위한 제스처로 메달을 활용한 정황을 전한다.
다시 말해, ‘평화’라는 상징은 목적이 아니라 정권 전환을 위한 도구가 된다. 그 순간 “마차도에게 중요한 것은 평화가 아닌 정권이었나?”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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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명분은 민주주의 회복이다. 그런데 실행의 핵심은 외부의 군사·정보작전이었다. 이 결합은 필연적으로 역풍을 부른다.
첫째, 국내외 여론의 프레임이 바뀐다. “독재 타도”가 아니라 “외세 개입”으로 보일 수 있다.
둘째, 이후의 전환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정통성 논쟁이 남고, 그 비용은 결국 베네수엘라 사회가 치른다.
셋째, 평화상 수상자 개인에게도 상징적 손실이 남는다. 평화상의 도덕적 권위가 ‘권력 거래’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수상 자체의 의미가 흔들린다.
정치에는 비극이 있다. 독재를 끝내기 위해선 때로 비도덕적 선택지가 테이블에 오른다. 하지만 그 비극을 최소화하려면 적어도 상징의 사용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
이번 장면이 남긴 질문은 간단하다. 독재 종식의 ‘속도’를 위해 평화의 상징을 ‘권력의 통화’로 바꾸는 선택, 그 대가를 누가 지는가.
마차도의 메달은 트럼프의 목에 걸린 것이 아니라, 앞으로 베네수엘라의 전환 과정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