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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트럼프 조기 레임덕 신호…공화당 내부 ‘조건부 이탈’ 확산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6-02-05 1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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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House 제공

“다음은 누구냐”가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트럼프 ‘조기 레임덕’ 신호와 후계구도 동시 가동

워싱턴에서 레임덕(lame duck·권력 누수)을 판정하는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지지율, 의회 표결, 정책 성패가 얽히고설키는 가운데, 정가가 체감하는 ‘권력의 무게’가 빠지는 순간이 온다. 최근 미국 정치판에선 그 조짐이 예산·이민·사법 리스크에서 동시에 포착되는 데다, 더 결정적으로는 후계구도(2028 공화당 경선)가 공론장에서 먼저 달아오르고 있다.


셧다운 봉합 뒤에 남은 ‘DHS 시한폭탄’…협상력이 얇아질 때 레임덕이 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3일(현지시간) 약 1.2조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안에 서명해, 주말부터 이어진 부분 셧다운을 일단 끝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의회는 곧바로 국토안보부(DHS) 예산을 둘러싼 정면충돌 국면으로 넘어갔고, 다음 시한이 걸린 ‘연장전’이 예고됐다.

예산정국이 “밀어붙여 성과를 만든다”가 아니라 “봉합과 연장으로 버틴다”로 굳어질수록, 백악관의 지휘력은 얇아진다. 정책이 아니라 마감시한이 정치의 중심이 될 때, 레임덕은 숫자로 오기 전에 분위기로 먼저 온다.


이민 단속이 ‘결집 카드’에서 ‘양날의 칼’로…공화당 내부 제동이 눈에 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기조는 지지층 결집의 엔진이었지만, 지금은 충돌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DHS 예산을 지렛대로 삼아 이민 단속의 ‘책임 장치’를 요구하고 있고, 이 갈등이 다시 셧다운 위험을 키우는 구도로 번지고 있다.

더 뼈아픈 건 내부에서 나오는 제동이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미시시피에 추진되는 8,500병상 규모의 ICE 구금시설 계획에 반대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이민 단속은 지지하지만 이 시설은 지역이 감당 못 한다”는 논리인데, 이런 ‘조건부 이탈’이 늘어날수록 대통령의 구심력은 분산된다.


White House 제공

사법 이슈가 다시 헤드라인을 잡는다…국정 대신 ‘법정 뉴스’가 앞줄에 설 때

레임덕을 부르는 또 다른 촉매는 사법 리스크다. 2월 4일 뉴욕 연방법원 심리에서 판사는 트럼프 측이 ‘입막음(hush money) 사건’ 유죄 평결을 뒤집기 위해 사건을 연방법원으로 옮기려는 시도에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판사가 “두 번의 기회를 노리는 것”에 가깝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공방 자체가 다시 정치 뉴스의 전면으로 올라왔다.

대통령 리더십은 결국 ‘의제 장악’에서 나온다. 그런데 국정 의제보다 재판·심리·절차가 더 자주 보도되기 시작하면, 참모진의 시간도 메시지도 필연적으로 잠식된다.


텍사스 이변, “내가 밀면 이긴다” 공식에 금…선거가 흔들리면 당내 계산이 바뀐다

정치권이 레임덕을 감지하는 순간은 선거에서 빨리 온다. 텍사스 주 상원 특별선거에서 민주당 테일러 레멧이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평가되던 선거구를 뒤집었다. 해당 지역은 2024년 트럼프가 17%p 차로 이겼던 곳인데, 이번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트럼프가 선거 후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거리를 둔 발언까지 나오며 파장이 커졌다.

이 대목이 의미하는 건 단순한 1패가 아니다. ‘킹메이커’의 확신이 흔들릴 때, 공화당 정치인들의 눈은 곧바로 2026 중간선거와 그 다음의 2028로 이동한다.


결정적 장면은 따로 있다…백악관 앞에서 ‘후계 질문’이 공개적으로 오간다

레임덕의 진짜 시작은 “다음은 누구냐”가 공공연해지는 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2028 공화당 대권의 잠재 후계자로 거론되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특정인을 택하지 않은 채 “둘 다 훌륭하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밴스가 “중간선거 이후 출마 문제를 상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차기 레이스가 이미 현실 정치의 언어로 들어왔다는 점이 확인된다.

현직 대통령이 후계 논쟁을 ‘차단’하지 못하고 ‘관리’ 모드로 들어가는 순간, 권력은 한 점에서 여러 점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 틈을 후계주자들이 파고든다.


White House 제공

‘충성 경쟁형 경선’이 전초전…트럼프의 공천력은 남지만, 중심은 흔들린다

후계구도는 결국 당내 선거로 가시화된다. 루이지애나에선 트럼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줄리아 렛로우 하원의원이 현직 빌 캐시디 상원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트럼프에 대한 충성”을 전면 메시지로 깔았다. 공화당 내부 경선이 ‘정책 경쟁’보다 ‘충성도 시험’으로 흐를 때, 이는 트럼프 이후를 준비하는 세력 재배치의 신호가 된다.

조지아에선 마조리 테일러 그린이 트럼프와 공개 충돌 끝에 사임한 뒤, 트럼프가 후임 보궐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정리’에 나섰다. 한때 같은 진영이던 인물과의 공개 파열, 그리고 즉각적인 대체 인물의 부상은 권력 중심이 단단할 때보다 약해질 때 더 자주 나타난다.


워싱턴의 결론: 레임덕이냐 아니냐의 답은 “정책이 아니라 차기 경선이 뉴스가 되느냐”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예산은 봉합 뒤에 더 큰 시한을 남겼고, 이민 이슈는 내부 이탈을 낳기 시작했으며, 사법 리스크가 다시 헤드라인을 잠식한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백악관 앞에서 후계 구도가 실명으로 오르내린다.

레임덕은 선언이 아니라 누적이다. 그리고 누적의 가장 분명한 증거는, 정치인들이 “대통령이 뭘 할까”보다 “대통령 다음이 누구냐”를 먼저 묻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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