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간선도로 중 하나인 올림픽대로와 가양대교가 13일 저녁, 한순간에 ‘물 위의 다리’로 변했다. 시간당 100mm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차량 바퀴 절반 이상이 잠기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해당 구간은 전면 통제됐다. 시민들은 SNS에 물에 잠긴 대교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가양대교가 이렇게 잠긴 건 처음 본다”는 놀라움과 불안을 동시에 토로했다.
13일 오후부터 중부지방, 특히 수도권에는 거센 폭우가 이어졌다. 올림픽대로 김포방향 월드컵대교 남단~가양대교 남단 구간은 불어난 한강 물과 빗물이 범람해 순식간에 통제됐다. 이로 인해 퇴근길 시민 수천 명이 발이 묶였고, 인근 도로에도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경기북부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파주에는 누적 강수량 309.6mm, 동두천 하봉암에는 270.5mm, 서울에도 143.5mm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서울 124세대 202명, 인천 169세대 224명, 경기 199세대 286명이 대피했고, 도로 침수 66건, 산사태 및 사면 붕괴 사례도 발생했다. 폭우로 인한 사망자도 보고되며 피해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이번 폭우는 단순한 장마전선의 영향이 아니었다. 남쪽에서 유입된 뜨거운 수증기를 북쪽에서 내려온 건조한 공기가 눌러대면서 수도권에 거대한 구름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중국 남동부를 향해 이동 중인 제11호 태풍 ‘버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태풍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서 폭우의 재료인 ‘수증기 통로’가 강하게 발달했고, 이로 인해 정체전선이 수도권에 자리 잡았다. 기상청 김윤정 예보분석관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태풍 ‘버들’이 끌어올린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건조한 공기가 만나 경계선이 형성됐고, 태풍이 서북서진하면서 이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밤에도 계속되는 장대비…대처 어려움 가중
문제는 이 구름대가 야간에도 수도권에 정체하면서 시간당 50mm 안팎의 장대비가 밤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시야가 제한되는 밤 시간대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는 하수구 역류로 도로 위에 ‘물폭포’가 생겼고, 강북구 우이천 산책로의 조형물이 떠내려갔다. 일부 저지대 주택은 급격히 불어난 빗물에 순식간에 침수됐다.
기상청은 호우, 홍수, 산사태 특보가 발효된 지역에서는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등 선제적 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폭우는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실시간 기상 특보와 예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은 단기성 호우가 아니라, 태풍과 고기압, 정체전선이 결합해 장시간 이어지는 복합 재난”이라며 “안전 불감증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기상청은 14일까지 수도권에 50~150mm, 많은 곳은 200mm 이상의 비가 추가로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태풍 ‘버들’의 간접 영향이 이어지는 동안 폭우 가능성은 상존하며, 한강 수위 상승과 추가 침수 피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주요 도로와 하천변 산책로 출입을 전면 통제했고, 한강 수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교량 통행도 전면 제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