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국인 부동산, 실거주 조건 붙는다
게티이미지지서울 전역과 인천·경기도 주요 지역에 대해 정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매입 사전 허가제를 도입했다. 내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규제를 피해 ‘부동산 쇼핑’에 나서는 외국인의 투기 가능성을 차단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외국인이 수도권에서 주택을 사기 위해선 4개월 내 입주, 2년 실거주, 자금 출처 증명 등을 조건으로 갖춰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21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울시 전역, 인천 7개 구(중구·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계양구·서구), 경기도 23개 시·군(수원·성남·고양·용인 등 광역권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조치는 오는 26일부터 1년간 유효하며, 필요 시 연장될 수 있다.
허가 대상 주택은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분류되지 않아 제외됐다. 허가 조건은 까다롭다.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허가일로부터 4개월 내 입주해야 하며, 주택 취득 후 2년간 반드시 실거주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은 3개월 이내 이행 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되며, 필요할 경우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외국인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투기과열지구 수준으로 강화된다. 제출서류에는 해외 자금 출처, 체류자격(비자 유형)까지 포함된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협력해 자금세탁 의심 거래는 즉시 국내외 금융정보당국에 통보하고, 현장 실거주 여부 점검도 상시적으로 진행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의 주택 매입이 늘며 국부 유출과 투기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 거래 건수는 2022년 4,568건 → 2024년 7,296건으로 연평균 약 26% 증가했으며, 올해 7월까지 거래는 4,431건으로 작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중국 국적 거래가 전체의 70% 이상, 이어 미국 국적이 뒤를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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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반응 엇갈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의 목적 자체는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외국인의 부동산 사재기가 완화될 수 있는 계기”라며, 내국인과의 과세 형평성을 맞춰주는 순기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우병탁 신한은행 전문위원은 “규제 범위가 넓고 자금 출처 조사도 필요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차별을 부추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매체도 이번 조치를 주요하게 다뤘다. 미국의 The Real Deal은 “외국인이 주택을 사려면 사전 승인, 4개월 내 입주, 2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 매입 증가를 강조했다. Straits Times도 유사한 내용으로 “승인을 받아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가 내국인에게만 적용되던 대출 제한, 실거주 의무 등의 제도를 외국인들도 동일하게 적용해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고자 한 점도 강조했다. 과거 외국인들이 국내 대출 규제를 피해 자금을 가져와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