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 전부터 긴장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직전 SNS에 한국 상황을 두고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처럼 보인다”는 글을 남기며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회담장에 들어선 트럼프는 돌연 톤을 낮추며 “그건 오해였음을 확신한다”고 해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위대한 지도자이며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양국 정상은 약 2시간 반 동안 조선업, 국방 협력, 북핵 문제 등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하며 실리와 전략을 동시에 겨냥한 담판을 이어갔다.
회담이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숙청 또는 혁명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발언은 한국 내부 상황을 불안정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한미 관계의 균열을 의도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즉각 제기됐다. 과거 트럼프가 협상 과정에서 자주 사용해온 ‘충격과 공포 전술’의 전형적 사례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정작 백악관에서 마주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의 강경한 어조를 거둬들였다. 그는 “그런 보도를 듣고 한 말이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오해였음을 확신한다”고 언급하며 돌발 발언을 수습했다. 이어 “나는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해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격적인 태도 전환은 협상 상대를 흔들면서도 회담장에서는 신뢰를 복원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스타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내내 이재명 대통령을 극찬했다. 그는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이며, 정말 스마트하다”고 말하며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런 공개적 발언이 단순한 덕담을 넘어,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능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해 함께 선박을 건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도 읽힌다. 또한 양국은 국방 협력과 군사 장비 현대화 문제를 논의하며 방산 협력의 확대 가능성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하며 한반도 정세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말 똑똑하다”고 반응했다. 북·미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움직임이 한국의 제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 준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거론하며 “이미 협상 스타일을 파악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회담장에서 트럼프의 돌발 발언에도 흔들림 없이 대응하며 실리를 챙기는 모습으로 평가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式 쇼맨십에 현장 담판으로 맞선 사례”라고 분석한다.
회담은 공식 의제 외에도 소소한 순간들로 채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념 만년필을 선물했고, 트럼프는 참모진과 기자단에 사인을 해주며 분위기를 유연하게 이끌었다. 회담 전 긴장과 달리, 실제 회담장은 웃음과 여유가 오갔다. 이는 돌발 상황 속에서도 양국 동맹의 기반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