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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빌딩 숲 사이에 있는 고요한 한국식 정원, 청진 공원
  • 차지원 스포츠 & 여가 전문기자
  • 등록 2025-08-27 13:30:09
  • 수정 2025-08-27 13: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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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공원 전경

빌딩 숲 속 조용한 안식처

왜 사람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쉼을 찾아 멀리 떠나려고 할까? 의외로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여행 못지 않은 여행처가 있다. 심지어 복잡한 도심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 가장 오래된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청진공원은 바로 그런 곳이다. KT 빌딩과 교보문고 빌딩을 비롯해 D타워, 그랑서울 등 수십 층 높이의 마천루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언뜻 보면 그저 바쁜 직장인들이 오가는 평범한 도심 한가운데일 뿐이다. 하지만 청진공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과 평온함이 찾아온다.

 

 

현대와 전통이 만나는 신비로운 조화

공원 중앙에 있는 '종로 정원사의 집'은 이 공간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하늘 높이 치솟은 유리와 강철의 빌딩들 사이로 전통 한옥의 기와지붕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은 마치 시공간이 뒤틀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대조적인 풍경이야말로 청진공원의 가장 큰 매력이다. 21세기 서울의 한복판에서 옛 정취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곳은 충분히 특별한 여행지가 된다.


청진공원 내 <종로 정원사의 집>

한옥 건물은 단순히 구경거리가 아니다. 전통 목조건축의 아름다운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균형감, 처마 끝에서 하늘로 향하는 곡선의 우아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특히 현대식 빌딩의 직선적이고 차가운 느낌과 대비되는 한옥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곡선은 도심에서 지친 마음에 위안을 준다.

 

 

도심 속 쉼터, 정자에서 만나는 여유

청진공원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시민들의 실질적인 휴식 공간임을 보여주는 장소가 있다. 바로 길가에 위치한 정자 청진정이다. 전통 목조건축 기법으로 지어진 이 정자의 처마 아래에서 사람들은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 주변의 초록빛 나무들과 어우러진 정자의 모습은 마치 동네 입구에서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시골 마을 정자를 연상시킨다.

 

청진공원 안 정자, 청진정

정자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공간의 진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 나온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편안한 표정에서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도심 속 오아시스인지 알 수 있다.

 

 

전통 항아리에 담긴 자연의 생명력

청진공원만의 독특한 조경 방식을 보여주는 크고 작은 전통 옹기항아리들은 이 곳의 자랑이다. 항아리들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이런 연출은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전통 정원의 철학, 즉 자연과 어우러지는 정원을 담고 있다.


소나무 아래 항아리 속 정원

각각의 항아리는 하나의 작은 세계다. 어떤 항아리에는 길쭉한 풀이, 어떤 항아리에는 둥글둥글한 풀이, 어떤 항아리에는 작은 꽃들이 자라고 있어 마치 미니어처 정원들이 모여있는 듯하다. 이런 세심한 배치는 걷는 이로 하여금 자연히 걸음을 늦추게 만들고, 각각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물레방아가 들려주는 자연의 선율

작은 물레방아는 청진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물레방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이 조용히 흘러가며 방아를 돌리는 소리는 도심의 소음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청진공원 안에 있는 물레방아

물레방아 주변을 둘러싼 자연석들과 그 사이로 자라는 작은 풀들은 마치 깊은 산속 계곡을 연상시킨다. 특히 물이 고인 작은 연못에 비치는 하늘과 나뭇가지들의 반영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런 풍경을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상상을 뛰어넘는 도심 속 전원

청진공원은 단순한 '도심 속 작은 정원'을 넘어서는 특별한 공간이다. 한국의 전통 조경 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방문객들에게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모든 요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한옥, 정자, 항아리, 물레방아 등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다. 이런 완성도 높은 공간 구성이 방문객들로 하여금 이곳이 도심이라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게 만든다.

 

 

멀리 갈 필요 없는 당일치기 여행, 정원 산책

강원도의 깊은 산속까지 가지 않아도, 제주도의 바다를 보지 않아도,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을 찾지 않아도 된다. 서울의 가장 중심부, 그 어떤 곳보다 바쁘고 복잡할 것 같은 종로구 한복판에 이런 보물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청진공원을 거닐다 보면 진정한 여행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멀리 가는 것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얻는 것이 진짜 여행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청진공원은 진짜 여행지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보물 창고

청진공원은 서울에 숨어있는 수많은 보석 같은 공간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늘 지나치던 길 모퉁이, 빌딩과 빌딩 사이, 지하철역 근처에도 이런 특별한 장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해외여행도 좋고, 지방 여행도 의미 있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다시 한번 천천히 걸어보자. 서울이라는 거대한 여행지 속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나만의 청진공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발견들이 모여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청진공원의 사진들이 증명하듯이,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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