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인베스트 공식 SNS = 캐시 우드‘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ARK Invest CEO)가 “금값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우드는 인플레이션이 기술발(發) 생산성 충격으로 낮아질 경우,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로 과열된 금이 급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금을 대체하는 ‘가치 저장(Store of Value)’ 자산으로 부상해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드의 논리는 ‘비싸진 금’에서 출발한다. 그는 ARK 팟캐스트 등에서 시중 통화량(M2) 대비 금 시가총액 비율이 2025년 125%로 높아졌고, 이는 1980년(125%)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공황(171%)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높은 구간이라는 주장이다.
우드는 금 매수세가 코로나 이후 유동성 급증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대 형성됐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면 금값은 과거에도 급락했다고 강조했다. 사례로 든 것이 1980년대다. 우드는 1980년 금 가격이 온스당 85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5년간 67% 하락했다고 언급하며, 레이거노믹스 국면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채권으로 이동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크 인베스트 공식 SNS = 캐시 우드
우드가 금 약세를 점치는 핵심 변수는 금리 인상이 아니라 생산성과 실질 성장이다. AI, 로봇공학, 자동화, 블록체인 같은 기술이 비용을 낮추고 생산을 늘려 가격 압력을 떨어뜨리면, 인플레이션 헤지로서의 금 매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우드는 여기에 정책 요인도 덧붙였다. 감세 등 정책이 더해질 경우 ‘레이거노믹스 그 이상(Reaganomics on steroids)’의 환경이 펼쳐질 수 있으며, 이런 변화가 향후 4~5년 내 나타나도 놀랍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드는 최근 인터뷰·발언에서 금과 비트코인의 역할이 국면에 따라 달라졌다고 본다. Decrypt 보도에 따르면 우드는 “지금은 금이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리스크오프 헤지로 더 강하게 쓰인다”고 말하면서도, 비트코인은 제도권 유입이 늘면서 전통적 4년 사이클이 ‘깨질(Disrupted)’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비트코인이 언제나 안전자산처럼 움직인다는 식의 단순화에는 선을 긋는다. 같은 보도에서 우드는 비트코인이 역사적으로 ‘리스크오프 역할’을 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다시 ‘리스크온’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금이 단기 공포 국면에서 더 강하게 반응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유동성과 위험선호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아크 인베스트 공식 SNS = 캐시 우드
흥미로운 대목은 우드가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 낙관을 유지하면서도, 목표가를 ‘현실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2030년 비트코인 강세 전망을 150만 달러에서 120만 달러로 낮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유로는 결제·송금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커지며 비트코인의 총시장(TAM)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ARK는 ‘Big Ideas 2025’에서 2030년 비트코인 강세 시나리오(불 케이스)를 150만 달러로 제시한 바 있어, 우드의 발언은 “강세론 유지 + 일부 경로 수정”으로 읽힌다.
우드의 ‘금 급락’ 전망은 현재 가격 흐름과는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금은 10월에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한 뒤에도 상승세가 이어졌고, 12월 초에는 4243달러 수준까지 거론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최근 조정 국면을 거치며 변동성이 부각됐다. (참고로, 현재 비트코인은 약 8만90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우드의 메시지는 “지금 당장 금이 폭락하고 비트코인이 직선 상승한다”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레짐이 바뀌는 순간 자산 서열이 재정렬될 수 있다는 장기 가설에 가깝다.
우드의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인플레이션 기대가 꺾여야 한다. 둘째 실질금리가 상승하거나 ‘물가 압력 둔화’가 확인돼 금의 헤지 수요가 식어야 한다. 셋째 AI·자동화가 비용 구조를 실제로 바꾸는 ‘기술발 디스인플레’가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
우드가 던진 한 문장은 결국 여기로 모인다. “금은 공포에 강하고, 비트코인은 시간이 갈수록 시스템이 된다.” 시장이 그 문장을 얼마나 빨리 가격에 반영할지는, ‘인플레이션의 다음 챕터’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