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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가 23년 만에 멈춘다.
MBC 측은 “10월 26일 1,185회를 끝으로 일단 휴식기에 들어간다”며 “종영이 아니라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재정비”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내년 초 새로운 포맷으로 돌아올 계획이라며, ‘긴 여행을 마친 잠시의 휴식’이라고 표현했다.
‘서프라이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요일 오전의 대표 예능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기묘한 실화, 역사 속 미스터리, 유명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재연극 형식과 해설을 결합한 독특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때는 “일요일 아침엔 서프라이즈 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꾸준한 팬층을 형성해왔다.
제작진은 이번 결정을 ‘엔딩’이 아니라 ‘전환점’으로 강조했다.
최근 방송 환경이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면서, 장수 프로그램의 생존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서프라이즈’의 핵심이었던 ‘재연+해설’ 포맷은 당시로선 혁신적이었지만, OTT와 숏폼 중심의 시대에는 새로운 감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휴식기를 두고 “MBC의 리뉴얼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MBC가 예능과 교양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흐름 속에서, 서프라이즈도 자연스럽게 포맷 리셋을 준비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서프라이즈 예고편 캡쳐
‘서프라이즈’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야기 산업의 실험실이었다.
실제 방송계에는 “서프라이즈 출신 작가들이 장르물의 토대를 닦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홍자매(홍정은·홍미란)는 초창기 ‘서프라이즈’ 작가로 참여한 뒤, SBS ‘주군의 태양’, ‘환혼’ 등 대형 드라마로 성장했다.
정유정 작가는 이 프로그램의 작가 경력을 거쳐 ‘아랑사또전’, ‘몬스타’ 등을 집필하며 장르물 분야에서 활약했다.
‘서프라이즈’는 매주 전 세계의 실화, 괴담, 전설 등을 각색해야 했기에,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을 단련하기에 최적의 현장이었다고 한다.
배우들 또한 ‘서프라이즈’를 통해 얼굴을 알린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김하영이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출연하며, “서프라이즈의 얼굴”로 불렸다.
그녀는 마지막 촬영에서 “이 프로그램이 제 배우 인생의 절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장윤정은 가수로 데뷔하기 전 ‘서프라이즈’ 재연 배우로 활동했으며, 샘 해밍턴 역시 한국 활동 초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배우 김하영 SNS
23년간 이어진 프로그램이기에, 시청자에게 ‘서프라이즈’는 단순한 일요일 예능이 아니었다.
집안에서 식탁 위로 흘러나오던 익숙한 나레이션,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이었을까?”로 시작되는 오프닝은 일요일 아침을 여는 주문 같은 말이었다.
이번 휴식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 게시판과 SNS에는 “우리의 아침 루틴이 사라진다”, “리뉴얼 후 꼭 돌아오길”이라는 글이 이어졌다.
많은 팬들이 “서프라이즈 없는 일요일이 상상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프라이즈’는 이제 잠시 멈춘다.
그러나 23년 동안 축적된 이야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동안의 ‘미스터리’를 통해 자란 작가들과 배우들, 그리고 그 세계를 사랑한 시청자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울려 퍼질 그 익숙한 멘트 —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이었을까?”
그날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