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방사 퍼포먼스 중인 김해시 관계자들 = 김해시 제공
김해시는 15일 과학관 개관 부대행사로 황새 3마리를 방사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수컷 황새 1마리가 폐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황새는 목재 재질의 케이지 내부 폭 약 30~40cm 공간에 약 1시간 40분가량 갇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방사 직전 케이지 문이 열리자마자 새는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주저앉았으며, 주변 사육사 등이 즉시 옮겨 응급조치를 시도했으나 이송 도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는 케이지가 국가유산청에서 정식 대여한 것이며, 통풍 장치가 갖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일한 케이지를 예전에도 약 6시간 운반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당일 방사 과정에는 수의사와 전문가가 동행했다고 전했다.
사망한 개체는 수컷 ‘A14’로, 2023년 11월 예산황새공원에서 김해로 입식된 개체였다.
김해환경운동연합 등 여러 환경단체는 이 사건을 두고 “복원사업의 상징이 오락적 퍼포먼스에 동원됐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좁은 케이지, 대기 시간, 햇볕 노출, 소음 등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 작용해 탈진 또는 급성 반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 향후 행사에서의 동물 동원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해시,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 - 김해시 제공
김해시는 케이지 내부를 열어두어 통풍을 유지했다는 해명과 함께, 당시 기온이 22도 내외로 비교적 쾌적한 환경이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밀폐된 공간 내부 온도는 외부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 직사광선이나 금속성 구조의 경우 온도 상승이 클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김해시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책임 한계를 암시하지만, 향후 부검 및 공개 조사에 협력할 뜻을 밝히고 있다.
황새(Ciconia boyciana, Oriental White Stork)는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상징성이 큰 조류이다.
한때 국내 전역에 번성했으나 농약 사용 및 서식지 파괴로 20세기 후반 거의 자취를 감췄고, 이후 복원 노력이 이어졌다.
법적으로는 천연기념물 제199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다.
성체는 날개 길이가 약 2m에 달하는 대형 조류로, 논·습지·하천 인근에서 물고기·개구리 등을 먹으며 생활한다.
황새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밀폐 공간·소음·군중·직사광선 등에 쉽게 영향을 받아 급격한 건강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조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황새 - 픽사베이
김해시는 폐사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 2마리를 지속 관찰하며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폐사 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 여부 등을 포함한 조사 절차 계획을 국가유산청과 협의 중이다.
환경단체는 향후 모든 행사에서 동물 동원을 금지하고, 복원·방사 사업은 투명하고 과학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 복지 기준을 강화하고, 행사형 방사를 지양하며, 방사 시점과 장소 선택, 환경 조건 판단, 비상 대응 매뉴얼 확립 등이 필수라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