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News & World Report가 2025년판 ‘Best Countries’ 파워(Power) 부문을 공개한 가운데, 대한민국이 6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순이었고, 한국 뒤로 ▲프랑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뒤를 이었다. 이 순위는 U.S. News의 ‘Best Countries’ 연례 조사에 포함된 파워 서브랭킹을 토대로 한다.
이번 평가는 U.S. News가 2025년판 ‘Best Countries’ 결과를 9월에 공개하면서 함께 발표됐다.
한국 성적표는?
한국은 U.S. News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종합 18위를 차지하며 전년(21위)보다 3계단 상승했다. 기술력과 문화 영향력, 국제적 위상 강화가 주요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Power 분야에서는 6위를 기록했다.
US News 홈페이지 캡쳐
이번 결과는 “한국이 첨단 산업과 K-컬처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술 경쟁력(Entrepreneurship 부문 7위)과 문화 영향력(Cultural Influence 부문 7위), 그리고 국제적 파워(Power 부문 6위), 미래 성장 가능성(Movers 부문 5위) 등이 두드러졌다.
U.S. News는 한국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부문을 높게 평가하며 혁신 기술기업의 성장과 R&D 투자,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문화 영향력(Cultural Influence) 부문에서는 K-팝, 드라마,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의 확산이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Power와 Movers 부문에서는 한국이 경제력과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특히 ‘Movers’ 항목에서 5위를 기록하며, 향후 성장 잠재력과 혁신성 면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역동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약점으로는 기업환경과 사회적 가치 부문이 지적됐다. ‘Open for Business(70위)’는 높은 규제 장벽과 기업 진입 난이도가 걸림돌로 꼽혔으며, ‘Adventure(51위)’와 ‘Heritage(32위)’ 역시 관광 매력도와 역사적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다. ‘Social Purpose(42위)’에서는 환경·복지·사회 가치 실현 측면에서 정책의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왜 Power 부문 6위인가: 평가 기준
U.S. News의 파워 서브랭킹은 다음 5개 속성의 동일가중 평균으로 산출된다.
① 리더십(leader) ② 경제적 영향력 ③ 정치적 영향력 ④ 강한 동맹 ⑤ 군사력. 이 모델은 WPP 산하 BAV Group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함께 설계했다.
Power 부문 세부 평가 항목 (US News 홈페이지 캡쳐)
U.S. News가 공개한 세부 항목에 따르면, 한국은 총점 64.3점을 기록했다.
세부 평가에서는
이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수출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방 분야에서도 첨단 무기체계 수출과 방위산업 성장세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강력한 국제 동맹(Strong international alliances)’ 항목(61.9점) 역시 상위권을 기록하며, 한·미 동맹 강화와 다자외교 확대가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치적 영향력(Politically influential)’ 40.2점, ‘리더십(A leader)’ 22.1점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경제와 기술, 문화로는 존재감을 키웠지만, 글로벌 거버넌스나 외교정책 리더십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은 군사·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굳혔지만, 정책 주도력과 국제 의제 설정 능력은 아직 선진국 그룹에 완전히 진입하지 못한 단계”라고 분석했다.
U.S. News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기술·문화·안보를 아우르는 복합적 영향력 국가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화·기술·군사 분야가 상호작용하며 국가 브랜드를 견인하고 있으며, ‘경제·안보·문화의 삼중축’이 한국의 파워를 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 강국에서 의제 설정국으로…
전문가들은 한국이 ‘Power’ 부문에서 세계 5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경제·군사·외교’의 삼각축을 균형 있게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정치적 리더십과 외교 주도력 제고가 과제로 꼽힌다. 경제력과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다자협력을 이끄는 능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기후 변화, 인공지능 윤리, 글로벌 공급망 안정 등 신흥 국제 이슈에서 선도국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방력의 ‘전략적 신뢰도’ 제고와 함께,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파워의 지속적 확장도 중요하다. 경제와 군사 중심의 ‘하드파워’를 유지하되, 문화·가치·외교에서 존중받는 국가 이미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 강국’에서 ‘의제 설정국(Agenda Setter)’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수출·기술 경쟁을 넘어,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정책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국가로 거듭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