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로 인해 떨어진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며, ‘늙은 뇌는 되돌릴 수 없다’는 오랜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과 버지니아공과대학(Virginia Tech) 연구진이 각각 발표한 논문에서, 노령 생쥐의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분자 조절 메커니즘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기억력 저하를 늦추는 수준을 넘어, 노화된 뇌를 “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UCSF 연구팀은 해마와 편도체 등 기억과 감정 형성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서 노화에 따라 증가하는 단백질 ‘FTL1’을 주목했다. 연구진은 노령 생쥐의 뇌에서 이 단백질의 수치를 낮추자, 손상된 신경세포 연결이 회복되고 기억력 테스트 점수가 젊은 개체 수준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K63 polyubiquitination’이라는 단백질 태그 시스템이 노화된 뇌의 기억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버지니아공대 연구진은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해당 경로를 조절했고, 이 조치만으로 늙은 쥐가 미로 찾기와 공간 기억 과제에서 젊은 쥐처럼 성과를 냈다.
연구 결과는 놀랍지만,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재현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UCSF 연구팀은 “손상된 신경회로가 복구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인간의 복잡한 인지 시스템은 또 다른 변수들을 가지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는 이 연구를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기억력 감퇴를 늦추는 것을 넘어, 이미 잃은 기능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자 조절 외에도, 생활습관을 통한 뇌 노화 역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하루 30분의 인지 훈련만으로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치가 상승하며, 뇌 노화 속도를 약 10년 되돌릴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 포화지방을 줄인 식단 역시 신경세포의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력 저하와 인지 감퇴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로 이어지는 전조 증상으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실험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노화된 뇌의 회복 가능성이 확인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윤리적·임상적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뇌 건강을 지키는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기억력 저하는 노화의 결과이지만, 노화 자체가 되돌릴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이다. 언젠가 약물이나 유전자 조절을 통해 기억력 감퇴를 되돌리고, 나이 들어서도 또렷한 기억을 간직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가 할 일은, 매일 조금씩 뇌를 움직이고,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