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설치가 어려워 병원 예약을 포기했어요.”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정애(59) 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려다 포기했다. 병원 측은 "모바일 앱으로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김 씨에겐 난관이었다.
디지털 세상은 날로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 속도는 모두에게 동일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는, 빠르게 변화하는 IT 기술이 '편의'보다는 '단절'로 느껴질 때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는 개념이 ‘디지털 접근성(Digital Accessibility)’ 이다. 이는 나이, 장애, 기술 숙련도에 관계없이 누구나 디지털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적·정책적 설계를 뜻한다.
대형 병원, 공공기관, 금융서비스 대부분이 모바일 앱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기기 불편’이 아닌 ‘접근 불편’이라는 새로운 장벽이 생겼다.
인터넷은행 계좌 개설을 시도하던 62세 이모 씨는 "본인 인증 과정에서 얼굴을 찍으라는 앱이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디지털 소외로 인한 사회적 고립 문제로 이어진다.
최근 IT 기업들은 디지털 접근성 향상에 주목하고 있다.
음성 안내, 화면 읽기 기능,
글자 크기 조절,
고대비 모드,
키보드 내비게이션 강화 등은 중장년층 사용자들을 고려한 대표적 기술이다.
특히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기본 기능에 접근성 설정을 강화했고, 국내 기업들도 모바일 앱에서 '간편모드', '큰글씨' 기능 등을 점차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제 디지털 격차 해소는 단지 IT 분야의 과제가 아니라, 고령사회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50대 이상 디지털 역량 격차는 여전히 크며, 특히 공공서비스 이용, 금융, 헬스케어 분야에서 불이익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단절의 도구가 아닌 연결의 다리가 되려면, 중장년층의 사용성을 고려한 설계와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최근 한 시중은행은 50대 이상 고객 전용 앱을 출시했다. 터치 버튼을 키우고, 음성 설명을 추가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디지털 겁 없는 중년을 돕겠다는 취지다.
디지털 접근성은 장애인을 위한 기술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50대 이후의 모든 세대가 기술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기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이 문제를 ‘윤리’와 ‘미래 전략’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연결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