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 해소에 원·달러 환율 급락…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
2025년 4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직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2.9원 하락한 1,434.1원에 마감되었고, 이는 약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꼽았다. NH투자증권은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국내 정치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환율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시장 신뢰 회복과 맞물려 있으며, 이는 원화 강세로 직결됐다는 해석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예상보다 신속하게 정치적 공백이 메워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 변수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이 원화 가치에 다시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하락이 단기적일 수 있으며, 향후 통화정책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 리스크 해소… 원화 강세 흐름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외환시장에서 한국 정치 불안은 외국인 투자자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극적인 정국 정리가 이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환율 하방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정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환율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대미 추가 관세 부과,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원화는 다시 약세 흐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ING, 블룸버그 등 주요 국제 금융기관들도 “한국 환율은 정치적 요인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 환경,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 대외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시장의 방향성이 불투명하다고 경고했다.
환율 안정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신호
만약 현재의 환율 하락세가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의 생산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소비자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어 고물가에 시달리던 소비자들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또한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투자심리 회복에도 긍정적이다.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해도 대외 리스크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며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유연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급격한 환율 변동이 실물 경제에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