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꼰대’로 불리며 세대 갈등의 중심에 섰던 40~60대. |
“요즘은 무슨 회의를 해도 50대는 꼭 들어가요.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경험이 다르니까요.”
한 대기업 부장은 최근 임원회의를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으로 MZ세대가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의 각종 결정 구조 속에서 핵심 플레이어는 40~60대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기득권’이라 부르지만, 이제 이 세대는 기획하고 실행하는 세대, 즉 대한민국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과 인사혁신처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5세, 공공기관장 평균 연령은 57세, 대기업 임원은 50대 초중반에 몰려 있다. 각종 위원회, 정부 자문단, 주요 연구기관의 책임자 역시 이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MZ세대가 화제의 중심에 서는 동안,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4060 세대가 작동시키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실행력, 위기 경험, 이해도, 책임감이라는 다층적인 역량이 결합된 결과다.
정부, 기업, 교육기관, 의료기관, 언론 등 각 영역의 '판'을 굴리는 엔진은 4060이다. 기획하고 조율하고 책임지는 리더십의 대부분은 이 세대의 몫이다. 그들은 **‘이제 와서 책임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도 결정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4060 세대는 IMF, 글로벌 금융위기, 부동산 호황과 하락, 디지털 전환 등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모두 겪은 ‘현장형 경험자’들이다. 20대부터 조직과 시장 속에서 생존의 감각을 체득했고, 30~40대엔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집단 지능을 학습했다.
그들에게 리더십은 권위가 아니라 ‘현장 감각’과 ‘실행 기반’ 위에 있다. 그래서 더디지만 무너지지 않고, 이상보다는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결정’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강원대 신문방송사 주간 유춘동 교수는 말한다.
“결정 구조는 속도보다 균형을 요구합니다. 4060은 실무를 잘 알고, 권한도 갖췄기 때문에 실질적인 파워 그룹이 됩니다. 이 세대의 판단은 트렌드보다 지속 가능성에 집중됩니다.”
지방 공기업 팀장 김현정 씨(55)는 말한다. “20~30대가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어도, 그걸 정리하고 실행으로 연결하는 건 우리 몫이에요.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공공기관 간부 이창호 씨(48)는 “경험이 너무 다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전체 시야를 책임져야 조직이 안 흔들려요”라고 했다. “조율하고 정리하고, 중간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 일은 결국 우리가 하게 돼요.”
4060은 단순한 관리자나 수동적 리더가 아니다. 그들은 현장의 실무와 제도 사이를 잇는 ‘기획 실행자’이자, 내부에서 균형을 맞추는 구조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
정치에서의 영향력도 뚜렷하다. 최근 대선과 총선의 투표율을 보면, 20대는 55% 내외에 그친 반면 40대와 50대는 7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실제로 주요 정당의 정책 기획단, 선거 캠프, 자문기구에 포진한 인사들도 대부분 4060 세대다.
기업과 사회도 다르지 않다. 이 세대는 가정에선 부모이자 자녀의 부양자이고, 직장에선 관리자이자 의사결정자이며, 시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소비자다. 그들의 판단은 곧 ‘조직의 방향’, ‘가정의 소비’, ‘사회문화의 정체성’으로 연결된다.
한때는 ‘기득권 세대’, ‘꼰대’로 불렸던 4060. 하지만 지금 그들은 판단하고 실행하는 무게를 짊어진 중심 세대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MZ가 꿈꾸는 혁신을 현실로 연결하고, 젊은 세대가 놓치는 리스크를 완충하고, 사회의 방향을 안정감 있게 이끄는 사람들.
대한민국의 무게 중심은 이미 이동 중이다. 이제 그 중심에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책임감과 판단력을 가진 4060의 존재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