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를 손끝으로 넘기다…
“우리의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일제강점기, 그 질문에 평생을 던졌던 한 사람.
그리고 지금, 그의 기록이 손끝에서 다시 깨어난다.
서울 용산 효창공원에 위치한 백범김구기념관이 한층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연다.
7일 재개관을 앞두고 설치된 디지털 전시물은 단순한 기술의 도입을 넘어, 기억의 확장과 세대 간 다리 놓기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백범일지’의 디지털화다.
2층 상설전시실에 새롭게 설치된 아카이브 월에서는
김구 선생이 자필로 기록한 250명의 인물, 223건의 사건, 84곳의 장소를
대형 터치모니터를 통해 인터랙티브하게 탐색할 수 있다.
관람객은 ‘백범일지 디지털북 키오스크’를 통해
책장을 넘기듯 페이지를 훑고, 주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할 공간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체험 전시.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를 가상공간으로 복원해,
그곳에서 벌어졌던 작전회의, 인물 간 갈등, 사소한 에피소드까지
관람객이 직접 발을 디디며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억의 보존이 아니라, 감각적 몰입을 통한 공감의 경험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이번 디지털 전시는 특히 40~60대 중장년층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김구 선생의 이름과 백범일지를 교과서 너머의 이야기로 들어온 첫 세대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속도에 다소 멀어졌던 이들이
이제는 터치 하나로, 책장 넘기듯 그 시대를 다시 읽게 됐다.
디지털 기술은 이들에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
추억과 역사, 애국심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인터페이스로 작용한다.
국가보훈부는 이번 전시 재개관을 통해
기념관이 단순한 ‘추모의 공간’이 아닌
학습과 감동이 공존하는 ‘열린 기억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7일 오후 열릴 재개관식에는 강정애 보훈부 장관,
이종찬 광복회장, 박유철 백범김구기념사업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4060세대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설계하고 있는 주체이자,
역사를 읽어낸 마지막 활자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젠 디지털을 통해 기억을 재생하고,
그 기억을 자녀세대에게 연결해주는 다리가 된다면
김구 선생이 꿈꾼 ‘정신의 독립’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