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노 시니어 존』 – "당신도 언젠가 노인이 됩니다"
글 | 서지원(독서 전문 기자)
<노 시니어 존(No Senior Zone)>.
낯설면서도 아프게 와닿는 이 제목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한 가지 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든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노인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T&C재단에서 기획한 동명의 컨퍼런스를 바탕으로 출간된 이 책은, 단순히 '노인 공경'을 외치는 윤리 교본이 아니다. 오히려 차갑고도 논리적인 시선으로, ‘노인 혐오’와 ‘세대 갈등’이 왜 현대 사회에서 첨예하게 증폭되고 있는지를 다층적으로 해부한다. 이 책의 부제는 그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우리의 미래를 미워하게 된 우리.”
책은 ‘노인 차별’이라는 주제를 연령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문화적, 의학적 관점으로 확장한다. 우리가 흔히 “꼰대 같다”며 외면하는 노인의 고집스러운 태도조차, 생리학적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의 편견을 정면으로 무너뜨린다. 나이가 들며 뇌의 연결망이 약화되고, 인지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완고한 태도의 실체라는 설명은, 비난이 아닌 이해로 나아가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탁월한 지점은 ‘동정’이나 ‘예우’의 관점을 벗어나,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시스템 디자인’으로 논의를 전환시킨다는 점이다.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책적 상상력, 예컨대 ‘모작 이모작 시스템’이나 ‘AI와 함께하는 노인 부양 모델’은 현실적이며 도발적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세대의 일자리 불안을 유발한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함께 지속 가능한 사회를 설계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노 시니어 존』은 단순한 노년 담론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노인이 되지 않는다”는 착각 속에, 노인을 미워하고 혐오했던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예측이 아니라 선언한다.
“모두가 노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이해 없는 세대 갈등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노인’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벗기고, 그 자리에 ‘곧 당신이 마주할 미래’를 앉혀놓는다. 고령화라는 단어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 준비해야 할 공동의 과제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