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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왕중왕전 우승, 시즌 11관왕…대기록 달성, 현재 진행형 레전드
  • 차지원 스포츠 전문기자
  • 등록 2025-12-21 2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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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승 96분 혈투…롱랠리 압박을 3게임에서 뒤집다
  • 2 조별리그 흔들림부터 결승 반전까지…대회 안에서 성장한 우승
  • 3 슈퍼1000부터 파이널스까지…시즌 11관왕의 스펙트럼


안세영, 왕중왕전 우승으로 ‘시즌 11관왕’…살아있는 레전드는 현재진행형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시즌 최종전인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왕중왕전) 정상에 오르며, 2025년 한 해를 ‘기록’으로 닫았다. 21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결승에서 안세영은 왕즈이(중국)를 2-1(21-13, 18-21, 21-10)로 꺾었다. 결승은 96분 혈투였다.

이 우승은 단순한 “마지막 트로피 하나 추가”가 아니다. 안세영은 2025년 단식 우승 11개를 채우며 ‘캘린더 이어(한 해) 단식 최다 우승’ 기록에서 남자부 모모타 겐토(일본)의 11회 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결승 96분, 왕즈이의 ‘포핸드·롱랠리’ 압박…3게임에서 해답을 찾다

이날 결승은 전술 싸움이 선명했다. 로이터는 왕즈이가 안세영의 포핸드를 겨냥해 랠리를 길게 가져가며 체력 소모를 유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2게임은 그 전략이 맞아떨어진 장면이 많았다. 안세영이 1게임을 21-13으로 가져가며 기선을 잡았지만, 2게임에 들어서면서 스텝이 무거워지고 길어진 랠리에서 미세한 타이밍이 흔들리며 18-21로 내줬다.

승부의 핵심은 3게임이었다. 안세영은 다시 ‘짧게 끊고, 확실히 때리는’ 방식으로 템포를 바꿨다. 로이터는 안세영이 결정 게임에서 강한 스매시와 탄탄한 수비로 반등했고, 다리 경련(쥐) 상황에서도 끝내 경기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상대가 “지치게 만들기”로 던진 문제를, 안세영은 “지치기 전에 끝내기”와 “버티다 한 방”이라는 두 해답을 번갈아 꺼내 들며 풀어냈다.



‘수비로 시간을 벌고, 공격으로 마침표’…안세영식 승리 공식의 완성

안세영의 강점은 수비력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번 결승은 오히려 “수비가 공격을 부른다”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긴 랠리에서 한 번 더 받아내며 상대의 실수를 끌어내고, 그 다음 포인트에서 과감한 공격으로 마침표를 찍는 흐름이 반복됐다.

특히 3게임에서의 변화가 뚜렷했다. 상대가 노렸던 포핸드 코스를 단순히 ‘막는’ 수준이 아니라, 리턴 이후 2~3구 안에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왕즈이가 다시 길게 끌고 가기 어려운 국면을 만들었다. “버티는 선수”에서 “결정하는 선수”로의 전환이 결승 한 경기 안에서 확인된 셈이다.


조별리그부터 이미 예고된 서사…‘흔들림→수정→지배’

이번 대회는 결승만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현재진행형 레전드’의 서사를 만들었다.

대회 첫 경기에서 안세영은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인도네시아)에게 2게임을 8-21로 크게 내주며 흔들렸지만, 3게임을 21-8로 정리하며 2-1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조별리그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의 경기에서도 1게임을 내준 뒤 2·3게임을 압도적으로 가져오며 ‘수정 능력’을 보여줬다.

준결승은 더 명확했다. 안세영은 야마구치를 21-15, 21-12로 꺾고 결승에 올랐고, 그 흐름이 결승에서의 승리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이번 왕중왕전은 “컨디션이 좋으니 우승했다”가 아니라, 대회 안에서 계속 조정하며 우승까지 도달한 ‘전술적 우승’이었다.



2025 시즌 11개 트로피…슈퍼1000부터 슈퍼500까지 ‘전 구간 제패’

안세영의 2025년은 ‘우승 횟수’가 전부가 아니다. 우승의 스펙트럼이 넓다.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공식 프리뷰는 안세영의 시즌 하이라이트로 말레이시아오픈(슈퍼1000),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올잉글랜드(슈퍼1000), 인도네시아오픈(슈퍼1000), 일본오픈, 차이나마스터스, 덴마크오픈, 프렌치오픈, 호주오픈, 그리고 월드투어 파이널스 우승을 정리했다.

즉 “한두 번 큰 대회에서 터진 시즌”이 아니라, 시즌 내내 서로 다른 레벨·환경의 대회에서 연속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낸 시즌이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우승의 질감’이 더 단단해졌다.


‘무릎 부상’ 변곡점도 넘었다…차이나오픈 기권 이후의 반등

완벽한 시즌처럼 보이지만, 굴곡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안세영은 7월 차이나오픈(슈퍼1000) 준결승에서 무릎 부상 보호를 위해 경기를 포기하며 기권했다. 당시 1게임을 내주고 2게임에서도 뒤진 상황에서 중단 결정을 내렸다.
그 선택은 ‘그날의 승부’보다 ‘시즌 전체’를 지키는 판단이었다.

이후 안세영은 다시 우승 레이스를 이어가며, 가을 유럽 투어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덴마크오픈에서는 흐름을 단숨에 뒤집는 장면이 있었다고 배드민턴 유럽이 전했다.
부상과 컨디션 변수를 관리하면서도, 시즌 막판에 가장 큰 트로피(왕중왕전)로 정점을 찍은 구조가 2025년의 무게를 더한다.



기록이 쌓이는 방식이 다르다…‘동률’이 아니라 ‘지배의 방식’

모모타의 11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안세영의 시즌이 더 인상적인 지점은 ‘이기는 방식’이다.
상대가 전술적으로 약점을 파고들어도(포핸드 공략), 체력전으로 끌고 가도(롱랠리), 마지막엔 다시 본인의 승리 공식을 복원한다.
이런 선수는 “잘하는 선수”를 넘어 “경기를 설계하는 선수”에 가깝다.

보너스로, 일부 매체는 안세영이 이번 우승으로 시즌 상금 100만 달러(단일 시즌)를 돌파했다는 점도 조명했다.
기록은 숫자로 남지만, ‘현재진행형 레전드’의 실체는 결국 가장 큰 무대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를 상대로 끝내 이겨내는 장면들로 남는다.


다음 시즌, 목표는 더 단순하다…“최고의 자리에서 오래 버티는 것”

왕중왕전은 ‘시즌 끝’이지만, 안세영에게는 ‘다음 시즌의 기준점’이 됐다. 2025년을 이렇게 닫은 선수에게 남는 과제는 단 하나다. 더 이상 “증명”이 아니라, “유지”다. 그리고 유지야말로 레전드를 레전드로 만드는 가장 कठिन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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