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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계엄의 밤 : 탄핵 끝났지만 민생은 아직 멀다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4-12 09: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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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엄의 상처, 민생의 한숨: 대선 앞둔 한국의 갈림길”
  • “광화문의 함성, 잊혀진 민생: 4060의 절박한 외침”
  • “윤석열 그림자 속 잊힌 국민: 민생 회복의 길은?”

금요일 밤에 서울 도심에서 이루어진 집회 = 메인타임스

서울 광화문 광장,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구호들. “윤석열을 수호하라!” “내란죄는 억울하다!” 한쪽에선 태극기를 든 이들이, 맞은편에선 촛불을 든 이들이 대치한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며 헌정사 두 번째 탄핵을 마무리했지만, 정국은 여전히 ‘계엄의 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월 3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은 코앞인데, 민생은 뒷전이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까?

 


4개월의 혼란, 끝나지 않은 후폭풍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TV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순간, 대한민국은 숨을 멈췄다. 그는 야당의 “입법 독재”와 “국정 마비”를 이유로 들었지만,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와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국회는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했고, 4개월간의 탄핵 정국 끝에 윤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났다. 헌재는 그의 행위를 “헌법과 국민 신임의 중대 배반”이라 규정했다.

 

논리적으로 보면, 여기서 이야기는 끝났어야 한다. 대통령 파면, 권한대행 체제, 조기 대선. 헌법 68조 2항에 따라 60일 내 새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민 저항권”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려하고, 반대 측은 “내란죄 수사”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메운다. 한편, 정치권은 민생을 말할 틈 없이 계엄의 잔재를 둘러싼 공방에 갇혔다. 

 


민생, 뒷전이 된 이유


통계청(2024)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안정적이지만, 체감 경제는 최악이다. 40대 직장인 박모(45) 씨는 “물가는 오르고, 대출 이자는 무섭게 뛰는데, 뉴스는 온통 탄핵 타령”이라 한숨을 쉰다. 한국은행은 2025년 성장률 전망을 2.1%로 낮췄다. 민생 회복을 위해선 재정 확대, 일자리 창출, 부동산 안정책이 급하지만, 여야는 대선 주자들의 ‘계엄 공방’에만 몰두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위대한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대통합을 외치지만, 민주당은 아직 “계엄 피해자”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존립 위기”를 호소하며 친윤-비윤 갈등에 휩싸여 있다. 심지어 탄핵 반대파 인요한 의원은 BBC 인터뷰에서 “윤석열은 잘못했다”며 입장을 바꿨다가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가 이렇게 제자리걸음일 때, 누가 물가 잡고, 청년 일자리 걱정할 시간은 있을까?

 

심리학자 김영훈(가명) 교수는 이를 “집단 트라우마의 연장”이라 분석한다. “계엄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으로 느껴졌다. 국민은 분노와 불안을 해소할 출구를 찾고, 정치권은 그 감정을 이용해 민심을 잡으려 한다.” 실제로, 2024년 1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 60% 정도가 “정치 불신이 심화됐다”고 답했다. 계엄의 상처는 법적 결론으론 치유되지 않는 듯하다.

 


집회, 분열의 연료


서울 도심의 집회는 단순한 의견 표출을 넘어 분열의 연료가 되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선 “부정선거 음모론”과 “헌재 불복” 구호가 난무하고, 찬성 측은 “윤석열 구속”을 외친다. 탄핵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주말 광화문은 정치 구호로 소란하다. 한 50대 직장인은 “주말에 광화문 가는 게 무서워졌다. 언제 저도 휘말릴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집회 열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도심은 긴장 상태다.

 

흥미로운 건, 이 집회가 정치적 동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떠나며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를 당부했지만, 그의 그림자는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 반면, 야당은 집회를 “민주주의 승리”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대선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민생과 멀어질수록 국민의 피로만 키운다. “이젠 뉴스 보기도 지쳐요,”라는 시민의 한마디가 이를 증명한다.

 

 

4060 세대의 민생, 계엄의 그림자 아래 묻히다

 

광화문 집회 한쪽에서 태극기를 든 이명호(58) 씨는 “윤석열이 나라를 지키려 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반대편에서 촛불을 든 최지영(46) 씨는 “민주주의가 무너질 뻔했다”고 분노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통점은 따로 있다. “정치가 이렇게 싸워도, 내 삶은 나아지지 않아요.” 4060 세대, 한국 사회의 허리인 그들은 계엄과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통계청(2024)에 따르면, 40~60대 가구의 55%가 “경제적 불안”을 호소한다. 물가 상승과 퇴직 불확실성 속, 이들은 자녀 교육비, 부모 부양, 노후 준비라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정치권은 대선 경쟁에 몰두하며 그들의 절박함을 외면한다.

 

특히 50대 직장인들은 “은퇴 후 공백”을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4)에 따르면, 이 연령대의 60%가 “친구나 사회적 연결 부족”을 느낀다. 직장 중심의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계엄 사태와 집회는 단지 뉴스 속 드라마가 아니라 “내 노후를 누가 책임지나”라는 실존적 질문으로 다가온다. “대선이 뭐든, 월세 걱정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최지영 씨는 쓴웃음을 짓는다. 4060 세대의 민생은 계엄의 그림자 아래 묻혔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정치가 이 한숨에 귀 기울일 때가 왔다.

 

 

민생으로 돌아갈 길은?


그렇다면, 이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 민생으로 돌아갈 해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정치의 자제: 여야가 계엄 공방을 멈추고 민생 의제를 경쟁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 주거 안정 대책 같은 구체적 공약이 필요하다. “정치가 국민의 배고픔을 외면하면, 다음 대선도 분노의 투표가 될 것,”이라며 집회에서 만난 한 시민은 경고했다.

 

국민의 참여: 집회 대신 정책 토론장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2024년 민주주의지수(EIU)에서 한국은 22위지만, 시민 참여도는 상위권. 국민이 물가, 일자리 같은 의제를 직접 요구하면 정치권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의 역할: 언론이 계엄 스캔들 대신 민생 솔루션을 조명해야 한다. “정치 드라마만 좇으면 국민은 절망한다,”라며 언론학자 최진영(가명)은 꼬집는다.

 

 

희망의 시작, 국민의 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 승리가 민생의 패배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은 걸까? 6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분열의 상처를 봉합하고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 박모 씨는 말한다. “나는 대통령이 누구든, 월급 좀 덜 걱정하며 살고 싶을 뿐이에요.” 그의 소박한 바람이 정국의 중심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계엄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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