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가 그린 ‘맨발(발) 스케치’ 한 장이 최근 경매에서 초고가에 낙찰되면서, 올드마스터 드로잉 시장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크기는 손바닥만 한데, 가격은 ‘기록’이었다.
크리스틴 경매 제공
이번에 화제가 된 작품은 붉은색 분필(레드 초크)로 그린 작은 드로잉으로, 크리스티(Christie’s) 뉴욕 경매에서 2026년 2월 5일(현지시각) 2720만 달러에 낙찰됐다. 2월 7일 한국 환율인 1,465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398억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미켈란젤로 작품이 경매에서 기록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 드로잉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속 인물인 ‘리비아의 시빌(Libyan Sibyl)’을 위한 습작으로 설명된다. 특히 “시스티나 천장화와 연결되는 미켈란젤로 드로잉이 민간(개인 소장)에서 경매에 나온 사례”라는 희소성이 부각됐다. 유사한 관련 습작은 옥스퍼드 애시몰린 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본 등이 거론된다.
크리스틴 경매 제공
흥미로운 대목은 작품의 ‘등장 경로’다. 소장자가 크리스티 온라인 견적 경로로 사진을 보냈고, 내부 전문가 검증을 거쳐 ‘미켈란젤로 진작’으로 확정되면서 경매장에 올랐다. 경매 전 추정가(대략 150만~200만 달러 수준으로 보도됨)를 훨씬 뛰어넘는 가격으로 치솟은 배경에는, 이 진품 확인 과정 자체가 강력한 서사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가의 위상×작품의 출처(프로비넌스)×학술적 연결고리”가 한 번에 맞물릴 때 가격은 예상을 배반한다. 미켈란젤로 드로잉은 원래부터 공급이 극도로 제한적이다. 생존 작품 수가 적고, 상당수가 공공기관에 묶여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 여기에 ‘시스티나 성당’이라는 상징 자산과 직결되는 연결성은, 컬렉터 입장에서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소장 명분’을 만든다.
크리스틴 경매 제공
낙찰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거래는 ‘작은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올드마스터 드로잉이 여전히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최상급 블루칩으로 기능한다는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