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집중 운동' 효과 입증됐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 증진 효과 동일"
경희의료원 연구팀, 242만여 명 대상 분석...WHO 권고량만 충족하면 당뇨병 위험 16% 감소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서 '주말에 몰아서 하는 운동'이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일에 업무와 일상에 쫓겨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희소식이다.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2009~2022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인 242만8448명의 당뇨병과 신체활동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주당 중강도 75~150분 또는 고강도 75분 이상'의 운동량만 채운다면, 운동 빈도와 관계없이 당뇨병 유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총량이 중요하다"...규칙적 운동과 집중 운동의 효과 동일
WHO 권고 수준의 운동을 하는 경우,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약 16%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말에 운동을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는 '주말 전사' 집단과 평일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집단 사이에 당뇨병 유병률 감소 효과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연동건 교수는 "총 신체 활동량이 WHO 권고량에 도달하면 운동을 몰아서 하든 규칙적으로 하든 당뇨병 유병률이 비슷하게 낮아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운동의 총량이 충분하다면 운동 빈도 자체는 당뇨병 유병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발견은 WHO 권고량보다 운동량을 더 늘려도 당뇨병 유병률 감소 효과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적정 수준의 운동만으로도 건강상 이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버드대 연구와도 맥락 일치... 해외 연구에서도 검증
이번 국내 연구 결과는 최근 해외 연구 동향과도 맥을 같이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산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주말 몰아치기 운동'은 규칙적인 운동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질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연구에서는 주말에만 운동하는 그룹에서 고혈압 위험이 23%, 당뇨병 위험이 43%, 비만 위험이 45% 낮아졌으며, 수면무호흡증에 걸릴 위험은 4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말에 운동한 사람들은 모든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2%,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1%,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강도와 고강도 운동, 어떻게 구분할까?
WHO 권고에 따른 신체활동을 실천하려면 중강도와 고강도 운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중강도 운동은 심박수가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빠르게 걷기(시속 5~6km), 배드민턴, 골프, 자전거 타기 등이 대표적인 중강도 운동이다.
반면 고강도 운동은 심장 박동과 호흡이 매우 빨라져 대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운동을 말한다. 단식 테니스, 달리기, HIIT(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등이 고강도 운동에 해당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같은 종류의 운동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천히 걸으면 저강도 운동이지만, 속도를 높여 빨리 걸으면 중강도 운동이 된다. 복식 테니스는 일반적으로 중강도 운동이지만, 단식 테니스는 고강도 운동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희소식"...적절한 운동량 확보가 핵심
연동건 교수는 "이번 결과는 최근 해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며 바쁜 현대인들이 주말에 집중해서 운동하더라도 건강상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더 많이 할수록 좋다'는 단순한 인식을 넘어 적정 수준의 운동량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헬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을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요한 것은 일주일 동안 WHO가 권장하는 적정 운동량을 어떻게든 채우는 것이며, 그 방법은 개인의 생활패턴에 맞게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됐다. 대한의학회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영문 의학 학술지로, 의료계에서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