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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0, 스마트폰으로 친구를 찾다: 온라인 동호회 열풍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4-14 11:58:08
  • 수정 2025-04-14 11: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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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세상에서 피어나는 4060의 우정
  • 4060, 디지털로 친구와 취미를 되찾다
  • 4060의 디지털 사랑방: 새로운 인연의 시작

디지털로 다시 연결하다: 4060 세대의 온라인 동호회 열풍


“친구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어요. 퇴근 후엔 집에서 TV나 보다가 잠들고… 그러다 온라인 동호회에 들어가면서 삶이 달라졌죠.” 58세 직장인 박영란(가명) 씨가 웃으며 전한 말이다. 디지털 세상은 MZ세대만의 놀이터가 아니다. 4060 세대가 페이스북 그룹, 네이버 카페,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취미와 우정을 되찾으며 새로운 인생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다시 연결되는 이들의 디지털 라이프, 어떤 모습일까?



외로움 속에서 피어난 디지털 씨앗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4)의 조사에 따르면, 4060 세대의 절반 이상이 “사회적 연결 부족”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녀는 독립하고, 직장은 반복되며, 친구들과의 만남은 연말 모임으로 줄어든다. “옛날엔 동창회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카톡 단체방도 조용해요”라며 한숨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은 이런 공백을 채우는 놀라운 무대를 열었다.


50대 회사원 이정훈 씨는 페이스북의 등산 그룹에서 매주 토요일 산에 올라가는 트레킹 파트너들을 만난다. “처음엔 스마트폰으로 그룹 가입하는 게 어색했어요. 근데 막상 산에 오르니 다들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지금은 산이 아니라 친구가 기다려져요.” 그의 말처럼, 온라인 동호회는 단순한 취미 모임을 넘어 삶의 동반자를 찾는 공간이 됐다.



네이버 카페에서 유튜브까지: 디지털 놀이터의 진화


4060 세대의 디지털 동호회는 다양하다. 62세 은퇴자 김미영 씨는 네이버의 독서 카페에 가입해서 온라인으로 독서토론에 참여한다. 김씨는 “온라인이라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요. 줌으로 얼굴 보고 책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라며 웃었다. 이 카페는 최근 오프라인 북 콘서트를 열어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유튜브도 빼놓을 수 없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요리채널들이 많이 생겨서, 집에서 간단한 요리를 배우려는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채널 운영자 최수진(55세) 씨는 “코로나 이후 혼밥이 늘면서 요리 배우고 싶은 분들이 많아졌어요. 댓글로 소통하다 보니 구독자들끼리도 레시피를 공유하더라고요.”말했다. 댓글을 통해서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한다. 



왜 4060 세대인가?


4060 세대가 디지털 동호회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2024)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를 넘었고, 이들 중 70%가 SNS나 커뮤니티 앱을 사용한다. “예전엔 동호회 가입하려면 시간 내서 모임 장소까지 가야 했죠. 이제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룹 채팅으로 약속 잡아요”라며 이정훈 씨가 웃었다.


더 깊은 이유는 심리적 공백이다. 4060 세대는 직장과 가정에서 오랜 책임을 다하며 자신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디지털 동호회는 그들에게 ‘나’를 찾는 공간을 제공한다. 등산 동호회의 운영자 황진수(60세) 씨는 “회원들이 산에 오르며 은퇴 후 꿈, 건강 고민을 나눠요. 디지털이지만 마음은 아날로그예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호회 활동은 우울감 감소와 삶의 만족도 증가에 기여한다는 연구(서울대 사회학과, 2023)도 있다.



디지털 동호회의 빛과 그림자


물론, 디지털 동호회는 장점만 있지는 않다. 정보 과부하나 익명성 뒤에 숨은 갈등도 존재한다. 네이버 독서토론 카페에 가입한 한 회원은 “가끔 토론이 너무 뜨거워져서 피곤할 때가 있어요”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에티켓과 적절한 참여 빈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2024)은 4060 세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며 이런 문제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동호회의 긍정적 영향은 압도적이다. 4060 세대는 디지털을 통해 단순히 취미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한다. 김미영 씨는 “책을 읽으며 내가 아직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은퇴가 끝이 아니더라고요”라며 눈을 빛냈다.



어떻게 시작할까?


디지털 동호회는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페이스북에서 ‘4060’나 ‘중년’ 키워드로 검색하거나, 네이버 카페에서 관심사(등산, 요리, 독서)를 찾아 가입하면 된다. 유튜브 채널은 구독 버튼 하나로 시작된다. “처음엔 어색해도, 댓글 하나 달면 대화가 시작돼요”라며 최수진 씨가 조언했다.
지금 4060 세대에게 필요한 건 용기 한 스푼이다. 스마트폰을 열고, 관심 있는 그룹에 들어가 보자. 한 번의 클릭이 새로운 친구, 새로운 취미, 심지어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문이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그리고 사람


4060 세대의 디지털 동호회 열풍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이는 기술이 사람을 더 가깝게 만드는 이야기다. 박영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들과 오프라인에서 밥을 먹었어요. 디지털이 저를 다시 사람들과 연결해줬죠.”
스마트폰 속 작은 화면이 4060 세대의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채울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다음 친구는 아마 키보드 한 번 두드리는 거리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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