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독점] 개그맨에서 마에스트로로 : 김현철의 인생 교향곡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5-07 07:58:19
기사수정
  • 클래식당의 주인공, 김현철의 45년 음악 사랑
  • 오락반장에서 작가까지: 김현철의 독창적 삶
  • 지휘봉 든 개그맨: 김현철의 진정성 혁명


개그맨에서 마에스트로까지: 김현철의 재창조 교향곡


서울 시한책방의 아늑한 한 켠에서 김현철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개그맨, 지휘자, 그리고 이제는 작가라는 여러 모자를 쓰고 있다. 30년간 한국을 웃음으로 물들였고, 45년간 클래식 음악을 사랑했으며, 지난 10년간은 지휘봉을 들고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열정을 불태웠다. 그의 최신 작품은 책 클래식당으로, 음악과의 평생에 걸친 로맨스를 담았다. 독점 인터뷰를 통해 그의 평생에 걸친 진정성 있는 로맨스를 공개한다.  



김현철의 ‘갑오경장’


김현철은 자신의 인생 전환점을 1894년 갑오경장에 비유한다. 이는 한국을 근대화로 이끈 역사적 분기점으로, 내적인 동학혁명과 외적인 청일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났다. 김현철에게도 이와 유사한 ‘갑오경장’이 있다. “제 공연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그게 제 인생의 선이에요.” 그는 단호히 말한다. 그의 공연을 본 이들은 더 이상 그를 단순히 “개그맨”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그의 진정성과 열정에 감동 받아 “공연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전환점은 우연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재수 시절까지 ‘오락반장’으로 친구들을 웃기던 그는, 단순히 웃음을 넘어 독창성을 추구했다. 당시 TV에서 본 성악가와 지휘자의 과장된 몸짓은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저는 이주일 선생님 흉내로 웃기는 친구들에게 화가 났어요. 나만의 걸 찾겠다고 다짐했죠.” 그 다짐은 클래식 음악으로 이어졌다. LP 레코드를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곡 제목을 찾아 헤매던 소년은, 결국 클래식을 자신의 언어로 만들었다.



웃음과 클래식의 교차로


김현철의 이야기는 단순한 직업적 전환이 아니다. 그는 개그맨으로서의 자존심과 지휘자로서의 겸손을 오가며, 두 세계를 조화시켰다. “개그맨 김현철은 까칠해요. 30년 경력의 라이센스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휘자 현마에는 뉴비예요. 갓 졸업한 연주자들에게도 선생님이라 부르며 배우죠.” 이 이중성은 그의 강점이다. 클래식계의 학연과 위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주자들의 자존심을 존중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파트 연습을 시키고 싶어도, 그들의 자존심 때문에 참아요. 대신 수석 연주자에게 살짝 부탁하죠.” 그의 말투에는 장난기와 진심이 묻어 난다.


그의 지휘는 정확성을 중시한다. “클래식을 외운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하지만 45년 동안 들으면 외워져요.” 그는 악보를 읽지 못하는 대신 자신만의 기호로 곡을 그림처럼 그려낸다. 이는 마치 외국인이 한글을 그림으로 익히듯, 직관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이다.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을 10년 넘게 찾아 헤매다 대학에서 제목을 알게 된 사연은 그의 책 클래식당에 담겼다. 이 책은 12년간 라디오에서 쌓은 원고와 그의 인생이 녹아든 결과물이다. “갑자기 책을 내겠다고 한 게 아니에요. 세월이 쌓여서 된 거죠.”



대중을 위한 클래식 전도사


김현철의 궁극적인 목표는 클래식을 대중에게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엔 웃기려고 클래식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람들 마음에 클래식을 심고 싶어요.” 그는 TV에서 클래식 코너가 시청률 때문에 사라질 때도 라디오에서 꿋꿋이 음악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의 공연은 예술의 전당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무대에서 빛난다. “클래식은 어렵게 시작하는 게 아니에요. 재미있게, 가볍게 접하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죠.” 이는 그가 어린 시절 LP로 클래식에 입문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의 여정은 준비된 자가 기회를 낚아챈 이야기다. 2013년, 우연히 음악회 앵콜로 지휘를 제안받았을 때, 그는 이미 40년 가까이 클래식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카르멘 서곡을 지휘하며 느낀 희열은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돈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전국을 누볐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안 됐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저는 준비돼 있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 난다.



진정성의 울림


김현철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는 편견과 싸웠다. “개그맨이 클래식을 하면 안 좋을 거라고 보지도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는 마광수 교수의 외설 논란을 예로 들며, 보지 않고 비판하는 이들의 태도를 꼬집는다. 하지만 그의 공연을 본 이들은 달라진다. “진정성이 느껴져요. 개그맨이라는 꼬리표로 폄하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죠.”


그의 책 클래식당은 단순한 음악 이야기가 아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용돈을 모아 LP를 사고, 멜로디를 쫓던 소년의 간절함이 담겼다. 오락반장으로 10년을 웃기며 쌓은 독창성, 그리고 개그맨에서 지휘자로, 다시 작가로 변신한 그의 인생이 녹아 있다. “사심 없이 썼어요. 그저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죠.” 그의 말은 담담하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의 세월이 응축돼 있다.


김현철은 스스로를 ‘지휘 퍼포머’라 불렀다.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받기 전, 그는 자신을 정의할 단어를 창조했다. 이제 그는 상임지휘자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여전히 겸손하다. “명예직일 뿐이에요. 저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웃음과 클래식,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김현철의 인생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갑오경장’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의 대답은 명확하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낚아챌 수 있어요.” 그 말은 오늘도 그의 지휘봉 끝에서, 그리고 클래식당의 페이지마다 울려 퍼진다.



김현철에 대한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진다!

TAG
0
홈플러스 부동산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