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백(Plastic Bag), 흔히 말하는 ‘비닐봉지’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일상에 편리함을 가져다준 대표적 산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지구 생태계를 갉아먹는 대표적인 ‘공공의 적’으로 변모했다. 그래서 세계 곳곳이 이에 대한 반성과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백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국가들의 수는 90개국을 넘었고, 그 강도 또한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생각보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플라스틱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54개국 중 최소 34개국이 플라스틱 백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전면 금지를, 일부는 부분적인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국가는 케냐다. 2017년부터 케냐는 플라스틱 백의 사용·생산·유통을 전면 금지했다. 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4년의 징역 또는 4만 달러(약 5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정도로 강력하다. 케냐 정부는 해양 생태계 보호와 도시 미관 회복, 공중보건 향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르완다 역시 2008년부터 플라스틱 백을 금지하며 ‘플라스틱 프리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 입국 시에도 플라스틱 제품을 압수할 만큼 엄격하며, 청정 도심과 높은 시민 의식은 세계 환경 정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달 방영된 위대한 가이드 2라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르완다가 플라스틱 사용 금지 국가라는 것이 방영되어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흔히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뒤떨어져 있으면 환경의식도 뒤떨어져 있으리라 예상하는데, 오히려 환경의식과 정책에서 훨씬 앞서있다는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시청자들이 많았으리라.
위대한 가이드2 방송 캡쳐
중국도 2021년부터 대형 도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백과 식기를 금지했고, 인도는 2022년부터 전국적인 금지령을 내렸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판매 금지를 시작했고, 2025년부터는 수출까지 전면 중단한다. 프랑스와 영국도 규제 대상 품목을 플라스틱 컵, 식기, 빨대 등으로 넓혀가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는 2024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쇼핑백을, 2026년부터는 식기류까지 단계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 세계는 단순히 ‘사용 자제’를 넘어서 법률과 행정 조치로 플라스틱의 생산과 유통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규제는 이제 환경 보호의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일부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를 금지하고 있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지만, 전반적으로 규제 강도는 약한 편이다. 카페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더라도 음료는 여전히 플라스틱 뚜껑과 컵에 담긴다. 배달과 택배 산업의 성장으로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한국도 정책의 강도를 높이고 소비 습관의 변화를 유도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서 법적 금지와 가격 규제, 인센티브 정책 등을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 백은 작고 가볍지만, 그로 인해 지구가 지불하는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계는 이미 비닐봉지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한국도 그 흐름에 뒤처지지 말고 보다 과감하고 똑똑한 전환을 시작해야 할 때다.
메인라이프 편집장 장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