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kTok(@sweetshops2) 영상 캡처
2026년 1월부터 해태제과의 스테디셀러 과자인 ‘에이스’를 두고 “공장에 따라 맛과 색이 다르다”는 글이 SNS와 커뮤니티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전북 전주의 훼미리식품 생산분과 충남 아산의 해태제과식품 생산분을 비교하며 “한쪽은 밍밍하고 퍽퍽한데 다른 쪽은 고소·짭짤하다”는 식의 체감 후기가 불씨가 됐다.
기자가 직접 사서 찍어본 아산 공장과 전주 공장의 에이스 크래커의 모습(왼쪽: 약간 진한 색이 아산/오른쪽: 약간 더 밝은 색이 전주)
“전주 제품은 연하고 밍밍, 아산은 원래 알던 그 맛”
논란의 출발점은 ‘색’과 ‘풍미’였다. 온라인에선 전주 생산 제품이 더 연한 색을 띠고 “소금맛이 약하다” “계란과자처럼 느끼하다”는 반응이 퍼졌고, 아산 생산 제품은 “평소 먹던 고소하고 짭짤한 에이스”에 가깝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일부 유튜버가 비교 영상을 올리며 확산 속도는 더 빨라졌다.
“외주라서 그런 것 아니냐” 의심
댓글창에선 “하청(외주)이라 품질이 흔들린다”는 의심도 나왔다. 하지만 전주 공장 생산을 맡는 훼미리식품은 단순 외주업체라기보다 크라운해태홀딩스 계열 구조 안에 있고, 해태제과식품이 훼미리식품 지분 96.79%를 보유하고 있다.
몇몇 소비자의 문의에 해태제과 측도 계속해서 “동일 레시피·동일 원료이므로 맛이 달라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업계 시각은 레시피보다 공정에 쏠린다. 크래커는 오븐 온도·열 전달 방식 같은 ‘굽기 조건’이 맛을 좌우하는데, 설비·가열 방식·구간별 온도 조건이 미세하게 달라지면 마이야르 반응(갈변과 풍미 형성) 정도가 달라져 색과 고소함 인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또 색이 진하면 더 고소하고, 옅으면 담백하거나 느끼하다고 느끼는 심리 효과가 겹치면서 논란이 커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댓글창은 이미 ‘수사극’
이번 에이스 공장별 맛 차이에 대한 글이나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소비자들의 논쟁 열기가 확인된다. 분위기는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 ‘분노와 추궁’이다. “전주공장 어째… 시말서 써야 되는 거 아냐?” “감사 들어가야” 같은 말로 품질 이슈를 ‘책임 소재’로 끌고 간다.
둘째, ‘행동’이다. “아산 걸로 사 먹어야겠군” “당장 찾아봐야겠다”처럼 제조 표기를 확인해 구매하겠다는 흐름이 생겼다.
셋째, ‘반박 프레임’이다. 공장 때문이 아니라 제조번호 옆 알파벳(A/B/C)이 굽기 정도를 뜻해 맛과 색이 달라진다는 주장도 반복된다. 다만 이 부분은 경험담이 많아 “공식 기준으로 확인된 설명”인지 여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넷째, ‘회의·견제’다. “눈감고 10번 테스트해야” “알고 먹으면 편견 생긴다” “바이럴 아니냐”처럼 집단 확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커피와의 찰떡 궁합으로 유명한 에이스(사진: 해태제과 홈페이지)
‘공장별로 에이스 맛이 다른 게 회사 의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해태제과 측은 “의도된 차이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회사는 에이스가 해태 아산공장과 계열사인 훼미리식품 전주공장에서 병행 생산되고 있으며, 두 공장의 생산라인은 동일한 설비와 동일한 레시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다만 “각 생산라인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그날의 온도, 날씨 등 조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엄격한 품질관리 규격을 적용해 생산하고 출고 기준을 충족한 제품만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태제과 측의 공식 답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원인은 원료나 레시피보다는 오븐의 열 분포, 굽기 강도, 수분·습도 같은 생산 조건의 미세 편차, 혹은 로트(LOT: 같은 조건으로 한 번에 만든 ‘한 묶음의 생산분’)별 편차가 ‘맛’으로 인식되는 과정에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기자가 고객만족실에 문의한 질문에 대한 해태제과 측의 답변
‘국민 과자’가 던진 질문…“대량생산 식품에 ‘절대의 맛’은 있나?”
이번 논란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소비자가 익숙한 맛에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선 “레시피가 같은데 왜 다르다고 느끼지?”가 고민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이름의 제품이면 기대한 맛이 일정해야 한다”는 신뢰의 문제다.
소비자 입장에서 동일 브랜드·동일 제품이라면 ‘기대하는 맛’이 일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기업의 설명과 소비자의 체감 사이 간극을 좁히려면, 제조 표기 안내를 포함한 소통 강화, 로트별 편차 관리의 투명한 설명, 비교 실험(블라인드 테스트 등) 같은 검증이 함께 따라야 논란이 ‘밈’이 아니라 ‘신뢰’의 영역에서 정리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