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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연의 AI시대 한국문화 읽기》호작도에서 디지털박물관까지: 전통이 깨어나는 K-박물관 시대
  • 천수연 문화 전문 칼럼리스트
  • 등록 2025-10-24 19:46:05
  • 수정 2025-10-24 20: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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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호랑이(더피)와 까치(수지)  (사진: 넷플릭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케데헌(K-POP DEMON HUNTERS)'호작도' 캐릭터 덕분이다.

조선 시대 민속화 속 호랑이와 까치가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이자,

사람들은 그 실제 그림을 보기 위해 박물관으로 몰려든다.


조선 19세기 ‘호작도’. 작자 미상. 종이에 수묵담채, 91.7×54.8㎝.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 (사진: 리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의 굿즈 브랜드 ‘뮷즈(Muse)’ 상품은 금세 동나고, 온라인 뮤지엄숍에도 ‘SOLD OUT’ 표시가 가득하다.

그 열기 덕분에 ‘박물관 나들이’가 다시 문화 트렌드가 되었다.

이제 K-박물관은 K-POP 못지않은 새로운 한류의 무대다.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뮤지엄숍 상품 <까치 호랑이 배지>가 선착순 예약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뮤지엄숍 화면에 보이는 일시품절 상품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그런데 AI 시대의 박물관은 더 이상 유리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줄을 서지 않아도, 집에서도 얼마든지 관람이 가능하다.

각 박물관의 홈페이지에는 디지털박물관 메뉴가 마련되어 있어, 3D·AR(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손끝으로 유물을 돌려보고, 방향을 조절해 전시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며 관람할 수 있다.


물론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경험은 다르다.

그러나 AI 시대의 ‘경험’은 물리적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AI나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 또한 AI시대의 문화 체험이다.


이제 박물관은 ‘보는 곳’이 아니라 ‘탐험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가상의 전시실을 누비며 조선의 그림을 확대해 보고,

도자기의 결이나 단청의 색감을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한때 거리와 시간에 묶였던 박물관이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열려 있는 무한한 문화의 플랫폼으로 확장된 것이다.



 디지털 박물관 VR· 온라인 전시를 통해 박물관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전시관에도 수십 건의 전시가 등록돼 있다.

‘외규장각 의궤’, ‘조선 사람들의 꿈, 평생도’, ‘가야본성–칼과 현’ 등 VR 형식으로 구현된 전시에서는

마치 전시장 안을 걷듯 이동하며 유물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공간과 물리적 제약 없이 자유로운 감상이 가능하다.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3D·AR 전시를 통해 도시와 일상의 기억을 새롭게 보여준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청계천의 낮과 밤’, ‘서울의 젊은이와 대중가요’는

도시의 변화를 생생히 재현하고,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인의 하루’, ‘한국인의 일생’ 전시는 

한국인의 삶과 의례를 시공간을 초월해 체험하게 한다.


이러한 디지털박물관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 확장을 넘어,

우리가 화면 속 유물을 직접 확대하고 움직이면서 

감성적 몰입과 창의적 사고를 함께 경험하게 만들어 준다.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초문화적 경험이 이 작은 화면 속에서 일어난다.


AI와 AR 기술은 과거의 예술을 다시 불러내고, 잊혀진 감각을 복원한다.

그 안에서 다시 새로운 캐릭터와 문화 콘텐츠가 태어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호랑이(더피)와 까치(수지) (사진: 넷플릭스)

호작도는 케데헌 캐릭터로, 캐릭터는 상품화로 이어져 대중들과 함께 하고 있다.(사진: 파리바게트)

‘케데헌’의 호작도는 그래서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디지털 시대 한국문화의 중개자다.

스크린 속에서 깨어난 호랑이가 박물관으로, 그리고 다시 디지털 공간으로 이어지는 순환 속에서

한국문화는 끊임없이 새롭게 재탄생한다.

AI와 3D·AR 기술은 과거를 복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감각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이제 K-박물관은 디지털박물관을 통해 과거를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현재를 재구성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살아 있는 플랫폼으로 나아간다.


‘보는 문화’에서 전 세계인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문화로 전환되는 시대—

호작도가 깨어난 날, 박물관도 함께 깨어났다.

그날 이후, 한국문화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손끝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다.




글: 천수연(서울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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