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 노보 노디시크 제공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당초 당뇨병이나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이지만, 최근에는 체중 감량이나 미용 목적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부작용과 무분별한 처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의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체질량지수(BMI)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이나 미성년자에게까지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허가 기준을 벗어난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료기관의 처방 행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마운자로의 경우 고용량 제품(7.5mg 이상) 공급이 시작된 이후 미성년자 처방이 빠르게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처방 건수는 한 달 만에 12건에서 70건으로 급증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청소년기의 약물 사용은 성장 호르몬과 대사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마운자로 = 일라이 릴리 제공
지정되면 포장·처방·유통 전면 관리 강화
정부가 추진 중인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
지정이 완료되면 약품 포장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처방전 없이는 조제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약국 외에서의 판매나 의료기관의 원내 조제(병원 내 직접 판매)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식약처는 “지정이 확정되면 유통 단계 전반의 관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약물 의존적 감량 방식에 대한 경계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의경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단기간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나지만, 장기 복용 시 췌장염이나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다”며 “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정 추진은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는 현실 속에서 뒤늦게 마련된 안전장치로 평가된다.
다만 지정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제도 설계와 현장 조율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조제 시스템 변경, 환자 안내 강화, 사후 감독 체계 구축 등 현실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살 빼는 주사’가 아닌 전문의약품임을 사회 전반이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 하나로 건강과 미용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환상 대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체중 관리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