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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기게 만들려고”… 자는 태국인 여자친구 얼굴에 끓는 물 부은 한국 남성
  • 이한우
  • 등록 2025-12-10 14: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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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든 사이 얼굴에 끓는 물…질투가 만든 잔혹한 범행
  • 태국 커뮤니티에서 처음 알려진 사건의 전말
  • “못 생기게 만들고 싶었다”는 남성의 왜곡된 집착

 Facebook/NNutt AAomsin 

잠든 얼굴 위로 쏟아진 끓는 물

한국인 남성이 서울에서 태국인 여자친구가 잠든 사이 얼굴에 끓는 물을 부어 중화상을 입힌 사건이 알려지며 국내외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남성은 범행 이유에 대해 “추하게 만들어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고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위키트리 등 국내 언론과 태국 매체 타이거(Thaiger) 보도를 종합하면, 태국인 여성 A씨는 현재 서울의 한 화상 전문 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는 얼굴 전체에 붕대를 감은 채 눈과 입만 겨우 드러낸 사진과 함께, “한국인 남자친구에게 끓는 물을 얼굴에 맞았다”며 통역과 법적 조치를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사건은 이달 3일, A씨가 한국 체류 태국인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글에서 “한국 경찰과 병원과의 소통이 어렵다”며 무료 통역 서비스와 변호사 연결을 호소했다.


“다른 남자 못 만나게 하려고”…질투가 동기였다고 진술

사건의 정황은 태국 현지 매체와 국내 영문 기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타이거와 매일경제 영문판, 아시아원(AsiaOne) 등에 따르면, A씨의 지인은 “A씨가 잠들어 있는 사이 한국인 남성이 끓는 물을 직접 얼굴에 부었다”고 밝혔다. 

남성은 이후 A씨에게 “질투 때문에 그랬다. 다른 남자를 만나 나를 떠날까 두려웠다”, “못생기게 만들어 떠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했고, “앞으로 곁에서 잘 돌보겠다”고 매달렸다고 매일경제 영문판은 전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수 언론은 “태국인 여자친구”라고 표현하고 있고, 일부 국내 매체는 “혼인신고를 한 상태에서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확한 법적 관계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다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는 “사고” 주장…의사가 이상 징후 포착해 신고

피해 여성의 진술을 종합하면, 사건 직후 남성은 놀란 A씨를 데리고 서울 시내 병원으로 향했다. 분노와 두려움 속에서도 A씨가 이를 따른 이유는 “당장 쓸 돈이 없어 혼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한 남성은 의료진에게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얼굴 전체에 광범위한 화상을 입은 채 입원한 외국인 여성이 남자친구와 함께 온 상황, 그리고 상처의 양상 등을 의심한 의사가 폭력 가능성을 제기했고, 병원 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은 수사 단계로 넘어갔다. 위키트리 등 국내 보도는 “병원 신고 이후 두 사람은 분리 조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A씨는 이후 태국인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상세히 진술했다. 통역사는 경찰 조사 동행과 함께 한국 로펌을 연결해 주며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A씨는 남성의 사과와 재결합 요구를 거절했다. 매일경제와 태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그는 “관계를 더는 이어갈 생각이 없다. 앞으로 필요한 연락은 변호사와 경찰을 통해서만 하라”고 통역사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병원비·체류 신분 놓고 번지는 논란…태국 커뮤니티 공분

A씨는 페이스북과 인터뷰를 통해 약 200만 원의 병원비가 이미 발생했고, 의료진으로부터 “최소 2주 이상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위키트리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연이 알려진 뒤 일부 태국인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인 모금이 진행돼 9일 기준 약 400만 원대의 후원금이 모였다. 

한편 사건이 확산되자 태국 온라인에서는 “한국 내 태국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외국인 여성들이 언어와 비자 문제 때문에 폭력을 당해도 신고하기 어렵다”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동시에 일부에서는 “불법체류 아니냐”, “생활비를 남자친구에게 의존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뒤섞였다.

이에 대해 사건을 돕고 있는 태국인 통역사는 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한국 전자여행허가(K-ETA)를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했다”며 불법체류 의혹을 일축했다. 

또 다른 문제는 ‘모금 사기’다. 영문 매체 아시아원과 타이거에 따르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 후원금을 모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통역사는 “현재 공식 후원 계좌는 열지 않았다. 피해자 명의를 내건 기부 요청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Facebook/ Olay Somruethai 

한국 경찰, 상해 혐의 수사…“질투 폭력”과 이주 여성 현실 드러낸 사건

한국 경찰은 병원 신고를 접수한 뒤 A씨와 남성을 분리 조치하고,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끓는 물을 이용한 고의적 폭행 여부와 피해 정도, 남성의 진술 등을 토대로 상해 혐의 등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피의자 신원과 혐의 내용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연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질투 기반 폭력’과 한국 사회 내 이주 여성들의 취약한 위치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여성들은 언어 장벽과 체류 자격, 경제적 의존 등이 겹치면서 폭력을 당해도 신고와 법적 대응에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주 인권 단체들은 “상대가 떠날까 두려워 얼굴을 훼손하겠다는 발상은, 연인 관계에서도 여성을 소유물로 보는 왜곡된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준다”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은 물론, 이주 여성들이 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태국 현지에서도 “한국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태국 여성들의 안전망을 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병실에서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싼 채 누워 있는 태국인 여성의 사진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연인 간 다툼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선 관계 속에서 얼마나 쉽게 폭력이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는지를 상징처럼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태국 두 나라 사회가 이 끓는 물의 흔적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제도와 인식을 바꿔 나갈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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