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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60대’는 옛말…70.5%가 말한 은퇴의 변화
  • 우경호 커리어 전문기자
  • 등록 2026-02-04 0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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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64세가 ‘현역의 중심’이 된 이유
  • 정년 60과 연금 상향 사이, 소득 공백의 압박
  • “은퇴 70 이후”가 되려면 필요한 조건들


70.5%가 말해준 2025년…“은퇴는 70 이후에나”가 된 한국

2025년 한 해, 55∼64세 고령자 고용률이 70.5%를 기록했습니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70% 선’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같은 연령대 경제활동참가율은 72%, 실업률은 2.1%로 집계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일할 사람이 늘었다”는 희소식이지만, 현장에서는 “일하고 싶어서”와 “안 하면 불안해서”가 겹쳐 있는, 더 복합적인 이야기로 읽힙니다.


‘정년의 시계’가 빨라졌다…55∼64세, 이제 ‘현역의 중심’으로

55∼64세는 예전에는 ‘은퇴 직전’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기업과 시장에서 사실상 경력의 마지막 황금 구간이 됐습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험 많은 인력을 붙잡아야 한다는 수요가 커졌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일자리 형태도 다양해졌습니다.
정부 통계에서 55∼64세 고용률이 2024년 69.9%에서 2025년 70.5%로 올라선 흐름은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임을 보여줍니다.


“더 오래 일하는 사회”의 두 얼굴…원인 1위는 결국 ‘생활비’

현장에서 만난 50대 후반·60대 초반의 공통된 단어는 ‘공백’입니다. 퇴직은 빨라지는데, 연금은 충분히 채워지지 않고, 의료비·주거비·자녀 지원까지 겹치면 “일을 멈추는 순간”이 곧바로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여러 조사·분석에서도 고령층의 근로 지속 이유로 생계 목적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이 반복됩니다. “일하는 즐거움”도 분명 있지만, 그 즐거움이 가능하려면 기초 생활이 먼저 버텨줘야 한다는 게 현장의 체감입니다.



정년 60 vs 연금 63…‘3년의 간극’이 만든 노동 연장

지금 한국의 법정 정년은 사실상 60세를 기준으로 작동합니다(정년 60세 미만 설정 시 60세로 본다는 규정).
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63세이고, 제도상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 상향이 예정돼 있습니다.

결국 다수 직장인에게는 ‘정년 이후 연금 전’의 소득 공백이 생기고,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재취업·전직·N잡이 늘어납니다. 고용률 70.5%의 이면에, 바로 이 간극이 자리합니다.


“정년 65” 논의는 왜 매번 멈추나…핵심은 임금체계와 세대 공존

정년을 늘리자는 목소리는 커졌습니다. 하지만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논의는 속도와 방식에서 번번이 부딪힙니다. 국회에는 정년 연장 관련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고, 정치권 논의도 일정과 이해관계 속에서 지연되는 흐름이 확인됩니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나이만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임금체계(연공급 vs 직무·성과), 청년 채용, 기업 비용, 재교육과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이 조합을 풀지 못하면 ‘연장’은 구호가 되고, 현장은 각자도생이 됩니다.


‘은퇴는 70 이후에나’…이 문장이 현실이 되려면 필요한 조건

고령 고용률 70% 돌파는 분명 큰 변화입니다. 다만 “70까지 일하는 사회”가 지속 가능하려면, 일의 양뿐 아니라 질이 따라와야 합니다.

첫째, 저임금 단기 일자리로의 쏠림을 줄여야 합니다. 고령층이 오래 일해도 소득이 불안정하면 ‘노동 연장’은 ‘노후 빈곤의 연장’이 됩니다.

둘째, 평생학습·전직 지원이 표준이 돼야 합니다.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에서 60대가 ‘현역’이 되려면, 기업과 정부가 재교육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합니다.

셋째, 정년-연금-임금체계를 하나의 로드맵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정년만 늘리고 임금체계가 그대로면 기업은 버티기 어렵고, 임금만 깎으면 당사자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균형 설계가 없으면 갈등만 남습니다.


“고령 고용률 70%는 축하가 아니라 경보”

2025년 55∼64세 고용률 70.5%는 한국 노동시장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수치가 ‘희망’이 되려면, 더 오래 일하게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더 오래 일해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사회로 가야 합니다. 지금 논의되는 정년 연장도, 그 방향을 증명해 내지 못하면 “은퇴는 70 이후”가 아니라 “은퇴는 더 멀어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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