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 정보는 이제 병원 대기실이 아니라 영상 플랫폼에서 먼저 소비되는 시대다. 문제는 ‘의사가 출연(또는 제작)하면 검증됐을 것’이라는 대중의 직감이, 온라인 환경에서는 자주 배반된다는 점이다. 최근 국립암센터 강은교 교수 연구팀의 분석이 그 착시를 수치로 드러냈다. JAMA Network Open(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된 이 연구는 암·당뇨 관련 인기 YouTube 영상 309개를 전수 검토해 “양질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영상이 5개 중 1개 수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2025년 6월 20~21일, 암·당뇨 관련 검색어로 유튜브를 탐색해 조건을 충족하는 309개 영상을 추렸다. 조회수 1만 회 이상, 1분 이상 길이, 치료·진단·예방 등 “행동을 유도하는 의료 주장”을 담고, 제작자가 의료전문가(의사·한의사·약사·간호사 등)인 영상만 포함했다.
핵심은 ‘근거의 위계’를 따져 등급을 매긴 방식이다. 연구팀은 기존 GRADE 체계를 바탕으로 ‘E-GRADE’를 새로 정의해 A(가이드라인·체계적 문헌고찰 등 고확실성)부터 D(경험담·주장만 있고 근거 미약/없음)까지 4단계로 분류했다.
결과는 냉정하다. 309개 주장 중 A등급은 19.7%(61개)에 그쳤고, D등급이 62.5%(193개)로 가장 많았다. B(14.6%), C(3.2%)는 소수였다.

이번 표본의 업로더는 의사가 233개(75.4%)로 압도적이었다. 평균 영상 길이는 19분, 영상의 중앙값 조회수는 16만 4,454회였다. 즉 “전문가가 만들고, 대중이 많이 본” 콘텐츠를 놓고도 근거 수준이 낮은 쪽이 다수였다는 의미다.
연구는 이를 신뢰-근거 격차로 표현한다. 의학적 권위가 온라인에서 “믿을 만함”으로 작동하지만, 그 신뢰가 반드시 “검증된 근거”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경고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기’와 ‘근거’는 같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단순 비교에서는 등급별 조회·좋아요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채널 규모·업로드 경과 기간·영상 길이 등을 보정한 회귀분석에서는 D등급 영상의 조회수가 A등급보다 34.6% 높게 나타났다. 겉으로 “그럴듯한 영상”이 실제 근거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느끼는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플랫폼의 문법이 ‘정확성’보다 ‘확신’을 보상한다. 알고리즘은 길고 복잡한 근거 제시보다 클릭을 부르는 단정적 메시지, 자극적 제목, 극적인 사례에 반응한다. 연구가 말한 ‘의료 지식의 게이트키핑(편집·동료평가) 부재’가 영상 플랫폼에서 구조적으로 강화되는 셈이다.
둘째, 의료 지식 자체가 본질적으로 ‘조건부’인데, 영상은 이를 ‘단일 해답’처럼 압축한다. 암·당뇨는 개인의 병기, 동반질환, 치료 단계에 따라 권고가 달라진다. 하지만 영상은 불확실성과 예외를 설명하기 어렵고, “누구에게나 통하는 팁” 형태로 일반화되기 쉽다. 그 순간 근거는 ‘가능성’이 아니라 ‘확정’처럼 소비된다.
셋째, 의사에게는 ‘진료실 밖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부족하다. 논문을 읽고 진료지침을 적용하는 훈련은 충분하지만, 대중에게 근거의 수준(가이드라인 vs 관찰연구 vs 경험담)을 표시하고, 한계를 함께 전달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별도의 기술이다. 연구가 해법으로 ‘의료인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훈련’과 ‘근거 기반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명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넷째, 시청자 심리 역시 한몫한다. 암·당뇨는 불안이 큰 질환이다. 불안은 ‘복잡한 설명’보다 ‘확신을 주는 이야기’를 찾게 만들고, 그 수요가 공급을 부른다. 결국 “권위(의사)”와 “위로(확신)”가 결합한 콘텐츠가 빠르게 퍼진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유튜브 조심’이 아니다. 온라인 의료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근거 표기(출처·근거 등급), 제작자 교육, 플랫폼 차원의 표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가깝다.
시청자에게도 최소한의 원칙은 남는다. “의사가 말했다”가 아니라 “어떤 근거(가이드라인/체계적 문헌고찰/임상시험/관찰연구/경험담)를 가지고 말했는가”를 확인하는 습관, 그리고 본인 상태에 맞는 최종 판단은 진료실에서 하는 원칙이다. 연구가 보여준 ‘신뢰-근거 격차’는 그만큼, 이제 의료 정보 소비 방식 자체를 업데이트하라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