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ouse 제공미국 건국 250주년(2026년 7월 4일)을 앞두고, 미국 해외공관(대사관·총영사관)이 주재국 기업들을 상대로 “이전과는 다른 규모”의 후원금을 요청하는 공문·양식(‘America 250’ 관련 서류)을 배포하며 모금에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싱가포르·일본·홍콩 등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기업인 만찬과 서한을 통해 고액 후원을 유도한 정황이 전해졌고, 현지 공관은 “독립기념일 행사 후원 요청은 매년 해오던 관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 대사관들은 통상 독립기념일(7월 4일) 리셉션 비용 일부를 현지 민간 스폰서십으로 충당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건국 250주년을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이정표로 기념하겠다”는 백악관·정부 기조와 맞물리면서, 공관 모금이 ‘연례행사 협찬’ 수준을 넘어 ‘대형 프로젝트 후원’으로 급격히 확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 곳은 싱가포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싱가포르 미국대사관은 2026년 1월 8일자 서한에서 기업들에게 ‘중요한 해(250주년+수교 60주년)’를 강조하며 재정적 기여를 요청했고, 공관 측은 “독립기념일 행사 후원 요청은 표준 관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서 안에는 "올해는 역사적 의미가 특별히 큰 해이므로, 우리는 파트너 여러분께 예년보다 상당히 더 큰 규모의 기부를 고려해 주시기를 권장"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대사가 기업인 만찬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자금을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이 거론되며, 모금이 ‘분위기’가 아니라 ‘실적 경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싱가포르 주재 미 대사관이 기업들에 보낸 공문
보도들은 일본과 홍콩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관측된다고 전한다. 홍콩에서는 ‘America 250’ 관련 양식이 기업들에 배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본에서는 공관 차원의 대형 기념행사 추진과 함께 일부 기업이 100만 달러(약 10억 원대) 이상을 냈다는 식의 언급도 등장한다.
특히 “다른 공관은 이미 수천만 달러를 모았다”는 비교가 동원되면서, 후원이 ‘자발적 기부’라기보다 ‘거절하기 어려운 요청’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경우 대사가 공석
한국의 경우 현재까지는 싱가포르·일본·홍콩처럼 ‘기업에 고액 기부를 요구하는 공문’이 원문(후원 등급표·금액대·수신 기업 실명) 형태로 공개돼 논란이 붙은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주한미국대사관은 1월 28일 ‘미 건국 250주년’ 공공외교 캠페인을 공식 출범시키며 연중 프로그램을 예고했고, 통상 7월 4일 리셉션이 기업 후원(스폰서십)과 결합돼온 관행을 감안하면 향후 후원 요청의 강도·패키지화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주한 미국대사직은 공석이고, 최근 대사대리가 교체되는 등 공관 수장 체제는 대리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라, 모금 요청이 불거질 경우 “누가 어떤 권한으로, 어떤 명분과 절차로 기업에 손을 벌렸는가”라는 논점이 더 커질 수 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공관이 기업에 보낸 문서가 ‘협찬 제안’인지 ‘사실상의 압박’인지다. 공관 측은 관행을 내세우지만(독립기념 리셉션 스폰서십), 이번에는 250주년이라는 간판 아래 요청 규모와 방식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둘째, 모금된 돈이 어디로, 어떤 기준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투명성이다.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250주년 기념을 둘러싼 조직·재원·정치화 논란이 표면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America 250 공식 X계정 제공
250주년 준비에는 의회가 설립한 America250(미국 세미퀸센테니얼 위원회 관련 조직)이 관여하고, 연방 차원의 기념 사업도 병행되는 구조다. 다만 최근 보도들을 종합하면, 공적 기념사업과 민간 모금이 뒤엉킬수록 “외교 공관이 왜 기업 돈을 걷느냐”는 질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 문제는 명확하다. 대사관 요청은 ‘영업’이 아니라 ‘외교’로 읽히는 순간이 있다.
후원을 거절했을 때의 불이익이 실제로 존재하느냐와 별개로, 기업 내부에서는 “괜히 찍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이번 사안은 액수의 크기보다, 요청 주체가 외교 공관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진다.
현재까지 공개된 보도만으로는 각 국가·기업별로 ‘공문이 어떤 문구로’ ‘얼마를’ ‘어떤 등급(패키지)으로’ 요구했는지, 그리고 정부·위원회·민간 단체 중 어디로 귀속되는지까지 일괄 확인되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지역에서 ‘America 250’ 명칭의 서류가 돌고, 고액 모금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확인되는 만큼, 향후 쟁점은 ①모금 기준의 일관성 ②집행 내역 공개 ③공관의 역할 한계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