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소맨, 미국 박스오피스 제패… 애니메이션 한계를 넘어선 이유는
소니 픽쳐스 제공 = 극장판 체인소 맨 : 레제편
미국에서도 통했다, ‘체인소맨: 레제 편’의 폭발적 흥행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체인소맨: 더 무비 – 레제 편(Chainsaw Man: The Movie – Reze Arc)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첫날인 10월 24일(현지시간), 이 작품은 약 850만 달러(한화 약 118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미국 극장가 1위로 진입했다. 개봉 주말 3일간 누적 흥행은 약 1,550만 달러(216억 원)로 추산돼, 로맨스 영화 Regretting You(520만 달러), 스릴러 Black Phone 2(379만 달러) 등 경쟁작을 압도했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일반 실사영화와 정면 승부를 벌여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실제로 이번 흥행은 기존 팬덤 중심의 성과를 넘어, 일반 관객층까지 극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영화의 성공은 이미 구축된 팬덤과 높은 제작 완성도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원작 만화 체인소맨(후지모토 타츠키 作)은 북미 그래픽노블 시장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왔으며, 2022년 공개된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했다.
제작사 MAPPA는 영화 버전에서도 작화·연출 퀄리티를 한층 끌어올렸다. IMAX·4DX·RealD 3D 등 프리미엄 포맷으로 상영된 덕분에, 관객은 “눈을 뗄 수 없는 액션 시퀀스”와 “음악·편집이 만들어내는 몰입감”을 경험했다. 미국 디스커싱필름(Discussing Film)은 이 작품을 두고 “영화관 스크린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 평가했다.
소니 픽쳐스 제공 = 극장판 체인소 맨 : 레제편
폭력과 감정의 공존, 서구 관객 취향을 자극하다
체인소맨의 흥행은 단순한 액션 스릴러로서의 인기를 넘어선다. 작품은 유혈과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상처와 관계를 그려낸다. 주인공 덴지와 레제의 비극적인 서사는 폭력적 서사에 익숙한 서구 관객에게도 강한 감정적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잔혹함과 유머, 감정선을 결합한 독특한 톤은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의 문법을 벗어나며 “감각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장르 혼합성’이 체인소맨을 단순한 오타쿠 취향 작품에서 벗어나 일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확장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체인소맨: 레제 편의 인기는 뜨겁다. 9월 24일 개봉 이후 한 달여 만에 누적 관객 수가 224만 명을 넘어섰고,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6위권에 안착했다. 개봉 첫 주 예매율은 24.7%로, 같은 기간 개봉한 한국 영화 The First Ride의 18.5%를 가볍게 제쳤다.
특히 IMAX와 4DX 등 특별관 상영 비율이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극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액션’이 관람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젊은 세대뿐 아니라 일반 관객층에서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개봉 4주차에 접어든 시점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 흥행은 드문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구조상, 이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소니 픽쳐스 제공 = 극장판 체인소 맨 : 레제편
이번 체인소맨의 성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서구 시장에서 더 이상 틈새 장르가 아님을 보여준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주술회전 0에 이어, 체인소맨이 다시 한 번 북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애니메이션의 극장 대중화”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배급사 크런치롤(Crunchyroll)과 소니 픽처스가 협력해 대규모 극장 상영망을 확보한 점도 결정적이었다. 팬층뿐 아니라 일반 관객까지 겨냥한 이중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미국 개봉 주간의 주요 경쟁작은 로맨스 영화 Regretting You, 스릴러 Black Phone 2 등이었으나, 체인소맨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개봉 이후 한 달여 만에 누적 관객 수가 224만 명을 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관객 저변이 좁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관객들은 스토리의 완성도와 시각적 경험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장르 구분 없이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소니 픽쳐스 제공 = 극장판 체인소 맨 : 레제편
현재까지의 세계 흥행 누적 수익은 약 7,680만 달러(1,070억 원). 일본, 한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흥행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팬덤 중심의 작품이 아니라, 일반 관객까지 흡수한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잡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흥행은 단순히 한 편의 성공을 넘어, “애니메이션 영화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상징한다.
체인소맨은 이제 ‘일본 만화 원작’이라는 틀을 넘어, 글로벌 대중 영화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