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가 오늘(28일) 소득 · 자산 · 교육 · 건강 등 4개 분야를 종합 분석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H-MDI)’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최근 12년간(2011-2023) 다차원 불평등 지수가 0.179에서 0.190으로 상승해 대한민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불평등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소득불평등은 개선됐으나 자산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어 국민이 체감하는 '부의 양극화'가 자산, 특히 부동산에서 심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림] 대한민국 다차원 불평등 지수(H-MDI) 변동 추이(국회입법조사처 제공)
소득 개선에도...자산이 불평등 '주범'으로
조사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11년 0.387에서 2023년 0.323으로 완화됐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자산이 전체 불평등에 기여한 비중은 35.8%로, 소득(35.2%)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자산 불평등이 한국 사회 양극화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가계 자산의 약 75%가 부동산에 집중된 구조적 특성상, 자산 불평등은 부동산 가격 변동과 직결된다. 실제로 자산 불평등은 2018년 이후 지속 심화됐으며, 2023~2024년 사이 지니계수 상승 속도도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고자산층과 저소득-저자산층으로 양극화된 가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계층 간 격차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세대별 격차 구조 달라...청년층 "자산이 곧 불평등"
세대별 불평등 요인도 상이하게 나타났다. 베이비부머와 그 이전 세대에서는 교육의 영향(24.2%)이 컸던 반면, MZ세대를 포함한 젊은 층에서는 자산 불평등 기여도가 42.5~44.7%에 달했다. 청년 세대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의 상당 부분이 자산 격차에서 비롯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건강 불평등도 심화...가정 배경이 기회 좌우
교육 분야에서는 소득 상위 20% 가구 자녀의 상위권 대학(QS세계대학순위 기준상위 50개 대학) 진학이 유리한 구조가 굳어지고 있었다. 건강 영역에서도 저소득층, 읍면 지역 거주자, 1인 가구일수록 건강 상태가 나쁘고 주관적 건강 인지율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불평등이 교육과 건강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통계와 체감의 괴리..."기존 지표론 현실 못 담아"
통계청과 연세대 인식조사 결과, 소득불평등 지표는 개선됐지만 국민의 81.5%는 경제적 양극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56.6%는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통계 수치와 국민 체감 사이의 간극은 소득 중심 지표만으로는 자산 등 다차원적 불평등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행정데이터 접근성 개선 시급"
입법조사처는 정책 수립을 위한 행정데이터 접근성 부족도 지적했다. 자산 정보는 국세청 등 기관 간 연계가 미흡하고, 교육·건강 데이터도 분절돼 있어 증거 기반 정책 설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국회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도서관·미래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5개 원내정당이 공동 주관한 발표회에서 공개됐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소득불평등 개선에도 불구하고 자산·교육·건강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는 국민 인식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며 "정부는 전 분야에서 불평등 해소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